[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분리배출 누구보다 잘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나라로 꼽히는 중국과 미국. 거대한 경제규모만큼,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들 나라보다 한국의 환경 성적이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거나, 분리배출을 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1인당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이 세계 주요 국가 중 가장 많았던 것. 구체적으로는 전기를 생산하면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미국과 중국을 모두 넘어섰다.
한국인들이 미국인이나 중국인보다 전기를 더 낭비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문제가 되는 건 전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실제 한국은 세계적으로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데다, 발전 과정에서도 여전히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게 나타난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이 기후변화 대응 전체 분야에서 전 세계에서 ‘최하위권’에 머무른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영국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가 발표한 ‘세계 전력 보고서 2025’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1인당 전력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0t으로 집계됐다.
이는 세계 10대 전력소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은 4.9t으로 한국보다 낮았고, 중국과 일본은 각각 4.0t 수준을 기록했다.
전 세계 평균인 1.8t과 비교하면 약 2.8배에 달하는 양이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국민 한 명당 나눠 계산했을 때, 한국이 미국과 중국보다 더 많은 몫을 차지한 셈이다.
올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엠버가 올해 4월 발표한 최신 ‘세계 전력 보고서 2026’과 국가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한국의 1인당 전력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평균의 2.8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미국 역시 국민 한 명당 약 5.0t으로 세계 평균의 세 배에 가까웠다. 중국은 3.9t, 일본은 4.0t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실제 전력 사용량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5년 전력수요 자료를 보면 미국의 1인당 전력수요는 13.1MWh로, 한국의 12.1MWh보다 많다. 중국은 7.5MWh 수준이다.
쉽게 말해, 전기를 더 많이 쓰는 미국보다 한국의 인구당 배출량이 많게 나타난 것. 여기에는 발전구조의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태워 전기를 생산할 때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 원자력 등은 발전 과정에서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적거나 거의 없다. 이에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하더라도 어떤 발전 방식에 의존하느냐에 따라 배출량에 차이가 생긴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의 전체 발전량 중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비중은 60%에 달했다. 미국은 57%, 중국은 58%로 한국보다 낮았다. 반면 친환경 발전의 대표적인 방식인 태양광과 풍력을 합친 비중은 한국이 단 7%에 그쳤다.
중국은 22%, 미국은 19%였다. 중국은 한국의 세 배 이상, 미국도 두 배 이상 높은 비중을 태양광과 풍력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전체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약 36%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은 약 10.4%에 그쳤다. 수력과 바이오에너지 등을 모두 포함하더라도 OECD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격차는 세계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3.8%. 석탄발전 비중인 33.0%를 넘어서, 약 100년 만에 세계 전력 생산의 판도가 바뀌었다.
전 세계 전력수요는 전년보다 2.8% 증가했지만, 화석연료 발전량은 오히려 0.2% 감소했다. 태양광을 비롯한 저탄소 발전량이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중국의 변화는 더욱 눈에 띈다. 지난해 중국의 전력수요는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하지만 화석연료 발전량은 오히려 0.9% 줄었다. 태양광 발전량이 40% 급증하는 등 저탄소 발전이 확대되면서 늘어난 전력수요를 충당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앞서 발표된 다른 국제 환경평가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국제 기후단체들이 발표한 ‘2026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한국은 평가 대상 67개국 중 63위를 기록했다.
중국과 일본보다 낮은 최하위권 성적이었다. 온실가스 배출과 재생에너지, 에너지 사용 등 3개 부문에서 모두 ‘매우 낮음’ 평가를 받았다. 당시 평가에서도 한국의 저조한 재생에너지 비중과 기후정책의 실효성이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발전구조의 변화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물론 개인의 전기 절약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을 국민 개개인의 생활 습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특히 한국처럼 산업 전반에서 높은 전력을 소비하는 나라에서는 전기를 얼마나 쓰는지뿐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는지가 주안점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중국을 넘어선 뜻밖의 성적표가 보여주는 문제도 여기에 있다. 전기를 아껴 쓰는 국민의 노력과는 별개로, 국가 전체의 전력수요와 화석연료 중심의 발전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높은 환경 부담을 줄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화석연료 사용 외에도 한국의 자원 사용이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국제환경단체 글로벌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 자연자원을 가장 빠르게 소진하는 국가 중 하나로 나타났다. 국내 자연이 한 해 동안 재생할 수 있는 자원을 불과 42일 만에 소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인이 한국인과 같은 수준으로 자원을 소비할 경우 지구가 약 3.7개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의 높은 자원·에너지 소비와 환경 부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본이나 중국, 유럽 주요국보다도 높은 소비 수준이다.
한국은 자국 내 생태용량이 부족한 데다 소비 수준 자체도 지구 하나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넘어서는 ‘이중 적자’ 상태인 것. 하지만 적자를 벗어나려는 정책적 시도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마티스 바커나겔 GFN 공동창립자는 “이 시점을 넘기면 해외에서 자원을 수입하거나 자국의 자연자본을 고갈시키고, 이산화탄소와 같은 폐기물을 전 지구적 공유공간에 떠넘기며 살아가게 된다”며 “지속적인 재정 적자를 기록하는 국가는 공급 차질과 자원 가격 상승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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