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등에 중소형 매수 쏠림 영향
동탄 120㎡ 9.3억인데 국평이 9.5억
수지 83㎡ 14.9억…단지 내 ‘최고가’
경기 남부 주택시장에서 중소형 평수가 대형 평수에 비해 더 비싸게 거래되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이 ‘국민평형’에 한해 1.5% 저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사내대출을 지원하면서 중소형 주택으로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전월세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성과급과 사내대출로 자금 조달 여력을 확보한 20~30대 직장인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중소형 아파트의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몸값 귀해진 84㎡…전체 평형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탄구 반송동 ‘시범다은마을포스코더샵’은 지난 13일 84㎡(전용면적)가 9억5500만원에 거래되며 같은 단지 120㎡ 최고가인 9억3000만원을 뛰어넘었다. 98㎡ 최고가(9억6000만원)와의 가격 차이도 지난해 1억500만원에서 올해 500만원으로 줄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영통아이파크캐슬2단지 84㎡ 역시 지난 7월 말 12억4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올해 105㎡ 최고 거래가격인 11억8000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인근 광교신도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났다.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광교푸르지오월드마크’ 84㎡는 지난 7월 31일 15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단지 106㎡의 올해 최고 거래가격인 15억3000만원(6월 1일)보다 5500만원 비싼 금액이다.
구체적인 동과 층수에는 차이가 있지만, 해당 단지는 중위가격에서도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84㎡의 중위가격은 15억원으로 106㎡(14억3500만원)보다 6500만원 높았다. 지난해에는 84㎡가 11억8000만원, 106㎡가 13억7200만원으로 큰 주택형이 1억9200만원 비쌌지만 올해 들어 큰 집이 더 싸졌다.
▶85㎡까진 사내대출된다…현장선 “국평만 찾아요”=경기 남부 지역의 가격 역전 현상은 지난 달부터 시행된 삼성전자의 사내대출 제도가 중소형 주택에 한해서만 이뤄지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및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8~9월부터 무주택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 1.5% 금리의 사내대출을 도입했다. 이들 기업은 제도 시행에 앞서 고액 주택 자금 대출이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 기조와 맞지 않고,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 7월 초부터 대출 대상을 수도권과 전국 6개 광역시 기준 85㎡ 이하 주택으로 제한하겠다고 계획을 수정했다.
이에 ‘삼성맨’ 등 실수요자의 매수세가 중소형 주택에 몰리고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의 설명이다. 용인 수지구의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내부 수리가 잘된 매물이었던 영향도 있지만, 애초에 국민평형을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가격 괜찮은 물건이 나오면 연락 달라고 한 대기자도 4~5명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전자 성과급, 사내대출 영향이 꽤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1~2인가구용 59㎡도 인기”=이외에도 경기 남부에서 ‘좁은 집’에 대한 인기를 끌어올리는 요인은 또 있다. 고금리 기조와 강한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넓은 집을 매수할 시 ‘처치 곤란’이 된다는 인식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영통아이파크캐슬2단지’ 59㎡는 지난 15일 11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같은 단지 75㎡ 최고가인 9억9000만원보다 1억4500만원 높은 금액이다. 화성시 동탄구 청계동 ‘동탄역센트럴푸르지오’ 59㎡는 지난 8월 15일 10억8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올해 74㎡의 최고 거래가격인 9억7000만원(6월 6일)을 1억1000만원 웃도는 금액이다.
동탄역센트럴푸르지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실거래가와 달리 호가는 25평형이 10억6000만~11억원, 30평형이 11억원 후반~12억원 수준이라 청년들은 대출이 잘 나오고 1억원이라도 저렴한 작은 평형에 쉽게 접근한다”며 “삼성전자에 다니는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들이 사내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보러 온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 부족에 따른 매매 수요 전환도 중소형 아파트 선호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전세로 거주하려던 1~2인 가구가 주거비 부담과 대출 여건을 고려해 매수로 방향을 틀며 거래 회전율, 관리비 등 여러 이점이 있는 작은 평형에 수요가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인구 구조 변화로 주택시장에서 다운사이징을 선호하는 흐름이 이어지며 20평대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며 “1인 가구,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면 작은 평형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 품귀 현상은 2~3년 더 이어질 것으로 보는데, 앞으로도 전세 수요는 대출이 가능한 가격대의 매수 수요로 전환될 것”이라 전망했다. 윤승현·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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