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 진출 10년 보고서’
韓작품, 미국 이어 시청 2위 우뚝
글로벌 ‘톱10’ 작품이 무려 200편
‘흑백’ 셰프·‘케데헌’ 세신 예약행렬
121억 시간. 지난 1년, 세계가 넷플릭스에서 한국 이야기에 내어준 시간이다. 한 사람이 쉬지 않고 본다면 138만년이 걸리는 압도적인 시간이다. 종주국인 미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어떤 국가도 이처럼 많이 보지 않았다.
세계는 이제 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흑백요리사’에 나온 셰프의 식당에 예약을 걸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그린 세신(洗身)을 받으러 목욕탕 문을 연다. 드라마 속 대사를 이해하고 싶어 한국어를 공부한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온 지 올해로 10년, 한국 이야기는 화면을 넘어 세계인의 일상으로 걸어 나왔다.
23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국내 제작사 80여 곳과 손잡고 제작하거나 공동 제작한 한국 작품은 200편을 넘어섰다. 2021년 이후 글로벌 톱10에 오른 한국 작품도 200편 이상이다. 출연진과 제작진 2만5000여명이 카메라 앞뒤를 지켰고, 더빙·자막 파트너 122곳이 한국어 대사를 세계의 언어로 옮겼다.
넷플릭스는 이날 10주년 기념 웹사이트 ‘넷플릭스와 한국의 10년’과 함께, 한국 콘텐츠가 세계인의 일상에 남긴 자취를 추적한 글로벌 리서치 기업 신더시스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생존 게임 ‘오징어 게임’(사진), SF(Science Fiction) 재난 영화 ‘대홍수’, 가족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K-콘텐츠는 장르를 넘나들며 세계 콘텐츠와 격차를 벌렸다. 세계가 한국 작품을 보는 데 쓴 시간은 일본 작품의 1.4배, 영국 작품의 약 두 배였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디지털아이와 함께 2025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넷플릭스 시청 시간을 제작 국가별로 집계한 결과다.
‘꿀알바’ 김다민 감독은 넷플릭스를 ‘큰 확성기’에 빗대며 “실시간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의미”라고 했다. ‘고백의 역사’ 남궁선 감독이 실감한 것도 국경을 넘어 모인 관객의 크기였다. “한 국가 안에서는 팬층이 광범위하지 않은데 전 세계 팬들이 합쳐지니까 굉장했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가 공개되자 셰프들의 예약 장부부터 달라졌다. 공개 뒤 5주 동안 출연 식당 한 곳당 예약·대기 등록 건수는 직전 5주보다 약 303%, 네 배 이상 급증했다.
시즌2에 출연한 서울 ‘스와니예’ 이준 셰프는 AP통신에 “방송 전에는 예약 고객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는데, 지금은 한국 고객들이 워낙 빠르게 예약해 외국인이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라고 털어놨다. 서점도 들썩였다. 우정욱 셰프가 2019년 펴낸 요리책은 방송 뒤 20일 동안 직전 20일의 227배가 팔렸다.
‘폭싹 속았수다’는 글로벌 여행객의 발길을 제주로 돌려세웠다. 드라마 인기에 항공 노선 확대가 맞물리며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은 224만명으로 1년 새 17.7% 늘었다. ‘해녀(haenyeo)’는 올해 1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이름을 올렸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외국인 관광객을 목욕탕으로 불러들였다. 여행 플랫폼 클룩에 따르면, 작품 공개 뒤 7주 동안 세신 체험 예약은 직전 7주보다 11%, 서울 서대문구 사우나 입장권 예약은 57% 늘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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