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기소

1심 벌금 1000만원 ‘자격상실형’ 뒤집고 ‘무죄’

‘한강버스’ ‘야간경제’ ‘삶의 질 중시’ 등 힘 실려

‘행감 등 목전’ 시의회 과반수 민주와 협치 과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 뒤 무죄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 뒤 무죄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박병국·손인규 기자]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특검에 의해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1심의 당선무효형을 뒤집고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민선 9기 시정의 연속성을 확보하게 됐다. ‘한강버스’ ‘야간경제’ 등 민선 9기 핵심 정책도 탄력을 받게 됐다. 야권 유력 대권 주자로의 입지도 확보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구회근)는 23일 오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 시장 2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시장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1000만원을 받았지만, 이날 2심 선고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재판부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 명태균의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들로 인정되는 단편적인 사실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제1심이 유죄로 판단한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법정에서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중에 선거를 치렀다. 결백을 믿어주시고, 오세훈이 다시 서울시장으로 일할수 있게 투표해주신 서울시민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의심 받고 있는 가운데 끝까지 신뢰를 철회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복돋아 준 국민 덕분에 재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10회 의뢰하고 그 비용으로 3300만원을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 씨에게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지난 7월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에 대해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오 시장에게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법에 따라 서울시장직을 잃게 된다. 아울러 형 확정 후 5년간 공직에 취임할 수 없어 차기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번 판결로 오 시장의 민선 9기 주요 정책들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9월 개통해 이달 7일 기준 누적 이용객이 70만명을 넘어선 한강버스, 민선 9기 취임 이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야간경제 활성화’, ‘약자와의 동행’ 등 ‘삶의 질’ 중시 정책 등이 힘을 얻을 것을 보인다. 호준석 서울시 대변인은 2심 판결 후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는 시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삶의질 특별시’, ‘외로움 없는 서울’, 약자와의 동행, 청년지원 등 오세훈 시장의 민선9기 중점 정책들을 더욱 힘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법원 판단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것은 선고 이후 오 시장의 행보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1심 이후 이어진 사법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어내고 내년도 예산안과 핵심 사업 추진에 집중할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다만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첫 시험대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시의회와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강버스와 주택공급, 도시개발 등 주요 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오 시장이 내세운 86조 1000억 원 규모의 ‘G3 서울플랜’은 시비 53조 7000억 원 외에 국비와 민간 투자 등 32조 4000억 원을 확보해야 한다. 연말까지 100대 핵심과제별 실행계획을 확정하는 것도 과제다. 결국 민두장과 협치가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앞서 1심이 시장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자,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오 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의회 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행정 공백과 피해는 고스란히 천만 서울시민의 부담이 될 것”이라며 “헛된 변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불법 혐의를 인정해 시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시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정상 정치로 돌아가기 위해 용단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시장직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다만 김건희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과 오 시장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사건은 향후 대법원 선고가 나와야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