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건설사, 17년만 최다…비수도권 집중
공사 중단 장기화도…승계 시공사 입찰 난항
분양 돼도 미준공·미입주로 현금흐름 악화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올해 폐업 건설사가 17년 만에 최대치로 치솟은 가운데 지방에서는 짓다 만 ‘유령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시공사 부도로 공사가 중단되면, 대체 시공사를 구해 공사를 재개해야 하지만, 지방 주택시장 침체와 건설업계 불황이 겹치면서 이마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공사를 마치더라도 미분양·미입주로 자금난을 해소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유탑건설, 아파트 짓다가 중도 부도…승계 시공사도 찾기 어려워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전남광주시 광산구 신창동에서 공사가 중단된 ‘신창유탑유블레스리버시티’의 승계 시공사 선정 경쟁입찰 공고에 돌입했다. 시공사인 유탑건설이 지난해 부도 처리되면서 공사가 장기간 멈춘 데 따른 조치다. HUG는 해당 사업장을 보증사고 사업장으로 지정하고 분양 이행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인 신창유탑유블레스리버시티는 아파트 3개 동 204가구와 연립주택 6개 동 100가구 등 총 304가구 규모다. 당초 지난해 5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시공사 사정으로 입주 시기가 9월과 12월로 잇따라 미뤄졌다. 이후 유탑건설이 부도 처리되면서 공사까지 중단돼 조합원들의 입주 지연 피해가 장기화하고 있다.
현재 실행공정률은 약 80%다. 골조 공사는 마쳤지만 외벽과 내부 마감 공사는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HUG는 공사비를 390억원 수준으로 설정하고, 이 공사를 이어갈 승계 시공사 물색에 나섰다.
문제는 대체 시공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HUG는 지난 8월 1차 입찰 공고를 냈지만 참여 업체가 없어 2차 모집에 들어갔다. 승계 시공사로 참여하려면 기존 시공사보다 우수한 시공능력이나 신용평가 등급을 갖춰야 한다.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면서 지방 사업장까지 맡을 건설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HUG 관계자는 “보증사고일 기준 감리자가 확인한 실행공정률이 80% 이상이어서 분양 이행을 추진하게 됐다”며 “1차 때는 유찰됐지만, 최근 사업 설명회를 진행했는데 관심을 보이는 건설사가 몇몇 있었다”고 전했다.
지방 곳곳 공사 중단…폐업 건설사 63% 비수도권
시공사 부도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입주가 지연되는 사례는 지방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시공능력평가 67위인 태왕이앤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구 북구 관음동의 한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분양계약자들의 입주가 중단됐다. 강원 춘천의 한 민간임대아파트도 시공사 부도로 공사가 멈춰 2024년 6월로 예정됐던 입주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지방 주택시장 침체와 공사비 상승이 맞물리면서 분양보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022년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지방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한 가운데 최근 공사비까지 오르면서 분양보증 사고가 잦아지고 있다”며 “서울·수도권에서는 분양보증 사고가 발생해도 수분양자들이 분양 이행을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방에서는 ‘아파트를 다 지어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분양대금 환급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 전반의 불황도 지방 사업장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폐업 신고를 한 건설사(종합·전문 포함)는 변경·정정·철회 신고를 포함해 총 3274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569곳보다 27.4% 증가한 규모다. 2009년 같은 기간 3340곳 이후 17년 만에 가장 많았다.
10월 들어서도 폐업 건설사가 약 300곳 추가되면서 누적 규모는 3538곳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소재 업체는 1308곳으로 전체의 37%에 그쳤다. 나머지 2230곳(63%)은 비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어 지방 건설사의 경영난이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건설사 위기, 미준공·미입주로 현금흐름 악화
지방 건설사의 위기는 민간 주택시장 위축과 맞물려 있다. 미분양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공사비와 금융비용까지 상승하면서 사업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단순한 미분양을 넘어 준공이 되지 않거나 분양이 입주로 이어지지 않는 ‘미입주’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공사를 마친다 하더라도 분양대금과 잔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건설사의 자금난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주택건설 사업에서 시공사의 자금 회수 완결은 준공 자체가 아니라, 대부분 수분양자의 잔금 납입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며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에 따른 거래량 감소와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수분양자의 자금조달 여력이 위축돼 미입주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분양이 입주로 이어지지 못해 건설사의 현금흐름이 악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 책임연구원은 “주요 21개 건설사로부터 확보한 분양사업장 관련 미수채권은 최근 기준 약 17조7000억원이며, 이중 준공된 현장 관련 금액은 7조6000억원으로 약 4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미입주 장기화에 따른 미수채권 적체는 외부차입 증가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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