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원아시아 펀드 투자금 흐름 문제 제기
고려아연 “투자처 선정·자금 집행은 운용사 권한”
8300억대 소송 패소에도 공방 지속…“여론전 중단해야”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제기한 자금 순환 의혹에 대해 서로 다른 투자 거래를 자의적으로 연결한 주장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전날 8300억원대 주주대표소송에서 패소한 MBK·영풍 측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자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고려아연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주장 역시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보다 자의적인 해석과 추정에 의존한 짜맞추기식 억지 주장일 뿐”이라며 MBK·영풍 측의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이번 논란은 고려아연이 과거 기업어음(CP) 인수와 펀드 출자에 사용한 자금의 흐름을 두고 불거졌다.
앞서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2019년 12월 영미디어이엔티가 발행한 93억6000만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인수했고, 해당 자금이 여러 법인을 거쳐 코스닥 상장사 이매진아시아의 지분 확보에 사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약 3주 뒤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의 펀드에 96억원을 출자했고, 해당 펀드의 투자금이 관련 기업을 거쳐 앞서 발행된 기업어음의 상환 재원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이 직접 보유한 기업어음은 상환됐지만 자금이 펀드의 지분 투자로 전환되면서 투자 손실 위험이 고려아연 출자 펀드에 남게 됐다는 것이 MBK·영풍 측의 주장이다. 이에 관련 거래의 의사결정 과정과 이해상충 가능성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각각의 금융거래와 펀드 투자 과정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일부 금액과 거래 시점만 연결해 의도적인 자금 순환 구조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여유 자금 일부를 펀드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일반적인 재무적 투자활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것과 해당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개별 투자 이후 해당 자금이 여러 거래 상대방과 법인을 거쳐 어떤 흐름으로 사용됐는지까지 모두 파악하거나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상식적이지도 않다”고 밝혔다.
이어 펀드의 구체적인 투자처를 선정하고 투자 계획을 세우거나 실사와 자금 집행을 진행하는 것은 운용사(GP)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이 펀드 출자자라는 이유만으로 운용사의 개별 투자 판단까지 직접 관여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거래를 사전에 기획하거나 펀드 운용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MBK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서는 투자 주체와 경영 주체의 역할을 구분하면서 자신들에게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최근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국회 국정감사 불출석 사유서에서 개별 피투자회사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고려아연은 MBK가 자신들의 투자와 경영에 대해서는 역할 구분을 강조하면서도 고려아연에는 펀드 출자자라는 이유로 운용사의 투자 결정까지 책임을 묻고 있다며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이번 공방은 고려아연이 전날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한 직후 벌어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지난 22일 영풍 측이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2024년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사들의 선관주의의무나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사진이 관련 정보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인 경영상 결정을 내렸다면 그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은 이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같은 날 MBK 측이 고려아연의 ㈜한화 지분 매각을 문제 삼아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도 원고 측 청구가 기각됐다.
다만 두 판결은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에 관한 것으로, 이번에 제기된 펀드 투자금 흐름 관련 의혹을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니다. 영풍·MBK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 관련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생산적인 논의는 외면한 채, 경영권 확보라는 목적을 위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시장과 주주들의 혼란과 피로감만 키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BK·영풍 측에 소송과 여론전을 통한 압박을 중단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로서의 역할에 집중해 달라고 촉구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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