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도매업은 되고 소매업은 제외…“ISA는 전체 체계서 논의”
코인과세 유예론 찬반 논거 병기…거래 가능 계정 1천113만개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최대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 추진하는 것이 조세 역진성을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출산세액공제를 재정지원으로 바꾸는 방안은 안정적인 지급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재경위는 지난달 말 이런 내용의 조세 분야 법률 검토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상속세의 부의 재분배 기능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공제 한도 상향에 “고액 자산가에 세 부담을 추가로 완화함으로써 상속세의 부의 재분배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한도 인상 혜택은 기업 규모가 큰 기업의 상속인과 현행의 공제 한도 600억원을 초과하는 가업의 자산 규모를 상속받을 상속인 등에게 귀속되는데 이는 조세의 역진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가업상속공제의 요건과 심사를 대폭 강화하면서도 공제 한도는 현행 최대 6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상향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피상속인(사망자)의 경영 연수 1년당 20억원씩으로, 50년 이상이면 1천억원까지 인정한다. 장수 기업 지원을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취지다.
아울러 개정안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인 가업을 ‘전문 기술과 경영상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기업’으로 정의했는데 재경위는 그 기준이 주관적이고 명확하지 않아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봤다.
개정안이 열거한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업종 가운데 상위 분류가 같은 업종 중 일부 업종이 제외되면서 업종 간 형평성과 업종 선정의 타당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예를 들어, 악기도매업은 대상 업종이지만 악기 소매업은 제외됐다. 또 악기 소매업 등은 제외됐지만 남자·여자용 겉옷 소매업 등 다른 소매업은 대상 업종에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안을 통해 조세지출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일부 제도는 재정지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소득·세액공제는 면세자 등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제도라는 점에서다.
출산세액공제가 대표적이다. 국회 재경위 역시 “재정지원은 저소득층 면세자에도 혜택이 부여되므로 조세지출에 비해 역진성이 완화되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연말정산 또는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반영되는 조세 지원보다 재정지원이 지원 시점이 빨라 출산 초기의 경제적 부담을 적시에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봤다.
다만 재정사업은 경제·재정 여건, 정책별 우선순위 등에 따라 규모 등의 변동 가능성이 있어 지원의 안정성이 세제 지원에 비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출산지원금 재정 사업이 내년 예산안에서 미래대응기금 청년 계정으로 이관 편성된 점에서도 지속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는 “출산지원금은 새로운 출생아에게 지원이 매년 반복되고 지급을 개시한 수급자에 잔여 분할 지급 수요가 이어지는 사업”이라며 재원 유입이 세수 여건에 민감한 반면, 지원 수요는 계속 발생하므로, 호황기의 기금 조성 규모만으로 향후의 안정적인 지급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지원은 신청 접수, 자격 확인, 지급, 중복·오지급 확인, 환수 등 집행업무가 수반돼 행정비용이 늘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최근 쟁점이 되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론에는 직접적인 평가 대신 찬반의 논거를 병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세 유예 찬성 입장은 유예 기간 가상자산의 거래 내역과 취득가액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납세자와 사업자가 신고·자료 제출 절차에 적응할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스테이킹 보상,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를 통한 수익 등 다양해지는 거래 유형별 근거 규정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납세자의 조세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지난해 말 기준 거래 가능 계정은 1113만개로 집계됐다.
반면 내년 1월 1일부터 예정대로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 측은 조세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과 과세 형평성 등을 논거로 제시한다고 보고서는 서술했다.
정부는 세제 개편을 통해 국내 자산에 투자하면서 이자·배당소득을 전액 비과세해주는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재경위는 “세제 혜택을 국내 자산 투자와 직접 연계함으로써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장기 투자수요를 확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비과세 혜택과 장기간 계약 연장이 결합하면서 세제 혜택이 자금 여력이 큰 가입자에게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반 ISA의 경우 작년 말 기준 평균 투자 금액은 632만원이며 누적 투자 금액이 8천만원을 초과하는 계좌는 전체의 0.7%에 불과한 실정이다. 55.2%는 투자 금액이 1만원 이하다.
이 때문에 납부 한도를 2억원으로 확대하더라도 대다수 가입자에겐 실질적인 혜택이 발생하지 않고, 확대된 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일부 가입자에게 혜택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또 청년형 생산적 금융 ISA의 추가 소득공제 혜택은 과세소득이 없거나 낮은 청년은 누릴 수 없고, 도리어 고소득자일수록 혜택이 확대된다.
보고서는 “일반 ISA보다 높은 조세 혜택을 주면서 양 제도 간 기능과 역할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며 “별개 제도로 보기보다 전체 ISA 체계에서 정책 목적, 투자 대상 및 세제 혜택의 수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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