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 지니어스법 시행규정 확정…내년 1월 적용
이자 지급 금지와 준비자산 발행·수탁 기준 구체화
韓 기본법 정부안 지연…국감 이후 공청회 주목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의 최종 시행규정을 확정하며 디지털자산 시장 양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 규제기관들이 잇따라 규칙 마련에 나서면서 시장 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지연되면서 글로벌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지난 21일 지니어스법의 시행을 위한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내년 1월18일부터 적용되는 이번 규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이자 지급 금지를 유지하면서 준비자산 관리와 발행·수탁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 핵심이다. 발행사는 유통량에 상응하는 준비자산을 1대1로 보유하고 최소 5%는 즉시 인출 가능한 예금 등으로 확보해야 한다.
특히 거래소 등 제3자가 제공하는 스테이블코인 보상 프로그램은 지급 구조를 따져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당초 OCC는 발행사가 계열사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면 법 위반으로 추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종 규정에서는 이를 제외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들이 운영 중인 스테이블코인 보상 서비스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페이팔은 PYUSD 보유자에게 4%, 코인베이스 원은 USDC에 3.75%, 크라켄 플러스는 USDG에 최대 4.5%의 보상을 제공 중”이라며 “향후 규제 적용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1863년 링컨 대통령의 국가통화법이 은행 발행 통화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듯 지니어스법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체계를 구축한다”며 “미국이 세계 디지털자산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너선 굴드 OCC 청장 또한 “이번 최종 규정은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베선트 장관의 구상을 진전시키는 조치”라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클래리티법 입법이 지연되는 가운데 SEC와 CFTC 등 규제기관들이 기존 법적 권한을 활용해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토큰화 주식 거래에 대해 5년간 한시적으로 일부 규제를 면제하는 ‘혁신면제’(Innovation Exemption)를 도입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플랫폼이 미국 상장주식을 토큰화해 거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실제 글로벌 거래소 OKX와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의 합작사 OKXICE 등 3곳이 SEC의 규제 발표 이후 토큰화 증권 거래 플랫폼 운영 의사를 밝혔다. 다만 상장기업이 자사 주식의 토큰화 거래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해당 주식은 거래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이달 개인투자자 대상 디지털자산 거래를 규율하기 위한 새로운 규칙 마련에 착수했다. 기존 거래소 등록체계에 디지털자산 특화 유형인 ‘크립토 애셋 마켓’(Crypto Asset Market)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거래를 기존 금융시장 감독체계 안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다.
미 CFTC 위원장 직무대행을 지낸 캐럴라인 팜 문페이 인스티튜셔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헤럴드경제에 “SEC와 CFTC가 디지털자산 시장의 명확한 규제 기준을 마련하는 데 앞장설 것으로 본다”며 “향후 의회가 이를 법제화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논의 중인 클래리티법과는 다른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팜 CEO는 규제기관들이 기존 법적 권한만으로도 디지털자산 관련 규칙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CFTC는 이미 밀과 같은 농산물부터 석유, 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산을 규제할 권한을 갖고 있다”며 “디지털자산도 다르지 않다.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규제기관들이 먼저 적절한 규칙을 만들고 이후 의회가 이를 법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조셉 샬롬 샤프링크 대표도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SEC와 CFTC가 사상 처음으로 함께 협력하고 있다”며 “미국의 크립토 업계와 금융업계에는 청신호가 켜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연내 법안 마련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정부안조차 국회에 제출하지 못한 상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은 막바지 협의 중”이라며 “최대한 빨리 논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디지털자산기본법 공청회 개최를 추진하면서 “국정감사가 끝나면 11월 정도부터 아주 본격적인 법안 심의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정감사 종료 전후로 공청회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yo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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