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항공사령부 지난 23일 대기록 달성
34년간 6개 기종 조종…15년간 378명 길러내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시각 참조점 하나 없는 망망대해, 수시로 밀려드는 해무, 수면 위 500피트(약 150m) 아래를 기어가듯 나는 저고도·저속 비행.
헬기 조종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다는 해상 비행에서 1만 시간을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채운 조종사가 나왔다. 해군 역사상 처음이다.
해군은 해군항공사령부 609교육훈련전대 박기현 비행교관이 지난 23일 교육훈련 비행에서 ‘1만 시간 무사고 비행’을 달성했다고 25일 밝혔다. 1992년 해군 헬기 조종사로 첫 임무에 나선 지 34년 만이다.
1만 시간은 하루 8시간씩 쉬지 않고 날아도 3년 5개월 가까이 걸리는 분량이다. 해상 헬기 비행은 육상과 달리 지형지물이 없어 자세와 고도를 가늠하기 어렵고 기상 변수도 많다. 임무 특성상 저고도(500ft 이하)·저속(60kts 이하) 장시간 비행이 잦아 작은 실수가 곧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기록이 더 무겁게 받아들여진다.
박 교관의 해군 사랑은 아버지에게서 시작됐다. 경북 포항 출신인 그는 해병대 전차대대 주임원사 등으로 27년간 복무한 아버지를 보며 자랐고, 일찍부터 해군·해병대 장교를 꿈꿨다.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6월 해군 소위(사관후보생 84기)로 임관했고, 이후 19년 6개월간 현역 헬기 조종사로 바다 위 작전비행을 수행했다.
2010년 소령으로 전역한 뒤에도 조종간은 놓지 않았다. 이듬해 해군 비행교관 군무원으로 다시 들어와 항공사령부 비행교육대대에서 15년간 해군 347명, 해병대 28명, 공군 3명 등 헬기 조종사 378명을 길러냈다.
그가 몬 헬기만 여섯 기종이다. 비행교육생 시절 훈련헬기 OH-23GT로 첫 비행을 했고, 이후 경무장헬기 500-MD, 해상작전헬기 알루에트-Ⅲ(ALT-Ⅲ), 해상기동헬기 UH-60과 UH-1H를 거쳤다. 지금은 훈련용 헬기 Bell-505로 후배들을 가르친다.
박 교관이 무엇보다 앞세우는 원칙은 ‘비행 안전’이다. 조종술과 전문지식을 끊임없이 다듬어 온 그는 2016~2018년 3년 연속, 그리고 2022년 ‘해군항공사령부 최장비행 교관’에 뽑혔다.
박 교관은 “1만 시간이라는 숫자 뒤에는 매 순간 기본을 지키려는 마음과 함께, 같이 땀 흘린 조종사들, 그리고 관제사·정비사 등 지상에서 도와준 수많은 전우들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하늘에서 바다를 지키는 정예 헬기 조종사를 길러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imsclub@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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