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반정부 시위 격화 속 첫 대규모 대선 유세
르펜 “법치 회복” 강조하며 강경 치안 정책 예고
국경 통제·에너지 요금 상한제로 표심 공략 나서
극우 반대 시위대 1만3000명 집결해 긴장 고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차기 대통령 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섰다.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약탈과 방화 등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자 강력한 법질서 회복을 내세워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이다.
2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르펜 의원은 이날 프랑스 중부 오를레앙에서 지지자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차기 대선을 겨냥한 첫 대규모 유세를 열었다.
르펜 의원은 연설에서 “폭도들이 몰려와 건물을 약탈하고 불태우는데 과연 법치가 존재한다고 누가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우리는 법치를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를 겨냥한 발언이다. 지난 17일 생활비 급등과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파리와 주요 도시에서 약탈과 방화로 번지면서 마크롱 정부의 치안 대응을 둘러싼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후속 시위에서는 경찰 7만명이 투입되면서 대규모 약탈 사태는 재연되지 않았지만, 산발적인 충돌이 이어져 1300명이 체포됐다. 프랑스 전역에서 40만명 이상이 거리로 나서는 등 사회적 혼란도 계속되고 있다.
르펜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을 정치적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RN은 시위 과정에서 경찰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법과 질서를 중시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마크롱 정부의 치안 대응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르펜 의원은 이날 프랑스 우선주의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고유 문화와 프랑스식 생활 방식을 확실히 전승하길 원한다”며 “국경을 다시 세우고 프랑스 차원의 국경과 유럽 차원의 국경까지 이중의 국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국가를 위해 제안하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연호하며 환호했다.
르펜 의원은 내년 4~5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가정용 에너지 요금 상한제를 도입하고 세금을 인하하겠다고 공약했다. 유럽연합(EU) 분담금을 축소해 프랑스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도 반대해 왔다.
르펜 의원은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유럽의회 자금 횡령 사건에 연루된 그는 이번에 네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다.
다만 극우 세력의 집권 가능성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전날 오를레앙에서는 RN 전당대회에 반대하는 시위대 1만3000명이 집결했다. 프랑스 당국은 극우 지지자들과 반대 시위대 간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 3000명을 배치했다.
이날 RN 대표로 재선출된 조르당 바르델라(31) 대표도 르펜 의원의 대권 도전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다시 한번 마린 르펜을 엘리제궁으로 이끌기 위해 여러분이 필요하다”며 결집을 호소했다.
프랑스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치안 불안과 생활비 부담이 내년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르펜 의원은 강경한 치안 정책과 감세 공약을 앞세워 마크롱 정부에 대한 불만을 지지세 확대로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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