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해경 함정 이송 최장 9시간
야간 응급환자 대응도 한계
닥터헬기 출동 3년 새 70% 감소
126억 투입한 병원선도 진료 공백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 도서지역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를 육지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 전국 평균보다 2.4배나 긴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령도에서는 해경 함정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데 최대 9시간 이상 소요됐으며 야간에는 닥터헬기 운항이 제한돼 중증 응급환자들이 장시간 이송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섬 지역의 응급의료를 보완해야 할 병원선마저 진료 목표를 잇달아 달성하지 못하면서 인천 도서지역의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해양경찰청과 소방청, 인천시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9월 인천해양경찰서 관할 도서지역 응급환자 이송 44건의 소요시간은 평균 150분으로 집계됐다.
전국 도서지역 응급환자 이송 808건의 평균 62분보다 2.4배 길었다. 이송 사례가 10건 이상인 해경서 가운데 인천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에서는 응급환자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육지 병원으로 옮겨지는 데 2시간 넘게 걸렸다. 전체 44건 중 28건으로 63.6%에 달했다. 전국 평균인 14.9%와 비교하면 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신고 접수부터 구조세력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도 인천은 평균 기준 40.5분으로 전국 평균 20분의 두 배를 넘었다.
응급환자 발생 이후 구조세력이 현장에 도착하는 단계부터 이송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인천 섬 이송 10건 중 6건 ‘야간 사투’
특히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상황은 심각했다. 올해 백령병원에서 육지 병원으로 옮겨야 했던 환자를 해경 함정으로 이송한 사례는 모두 3건으로, 각각 9시간 9분, 6시간 56분, 8시간 6분이 걸렸다.
동해 울릉도 사례를 제외하면 전국 해경의 도서지역 응급환자 이송 가운데 가장 긴 소요시간을 기록했다.
연평도에서도 해경 함정을 이용한 환자 이송에 5시간 40분과 5시간 33분이 걸린 사례가 확인됐다. 인천해경 관할 전체 이송 44건 가운데 헬기를 이용한 사례는 5건으로 11.4%에 그쳤다.
헬기를 이용하더라도 응급환자가 신속하게 병원에 도착하기는 쉽지 않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백령도에서 소방헬기로 이송한 7건의 경우 출동 지령부터 병원 도착까지 148~168분이 소요됐다.
지난 9월 밤 10시 20분 백령도에서 장천공 소견을 보인 고령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소방헬기가 출동했다.
헬기는 1시간 1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며 환자를 서울 잠실 헬기장에서 인계한 뒤 경기 구리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출동 지령부터 병원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 33분이었다.
이 밖에도 백령도에서 급성담낭염이 의심된 고령 여성은 2시간 48분, 뇌출혈과 편마비 증상을 보인 남성은 2시간 38분, 대동맥박리 소견을 보인 고령 여성은 2시간 42분 만에 각각 병원에 도착했다.
인천 도서지역의 야간 응급환자 이송 비중이 높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올해 인천해경의 도서지역 응급환자 이송 44건 가운데 야간에 발생한 사례는 26건으로 59.1%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 43.3%보다 15.8%포인트 높은 수치다.
소방헬기 역시 올해 1~9월 전국 도서지역 응급환자 출동 128건 중 인천이 31건으로 24.2%를 차지했다.
일몰 뒤 멈추는 닥터헬기 출동 70% 급감
이 가운데 야간 출동은 18건으로 58.1%에 달했다. 인천 소방헬기 출동 31건 중 4건은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고 복귀했다.
야간 응급의료의 부담이 해경과 소방에 집중되는 배경에는 닥터헬기의 운항 시간 제한이 있다. 닥터헬기는 관련 지침 등에 따라 일출부터 일몰까지만 운항할 수 있어 야간에 발생하는 중증 응급환자 대응에 한계가 있다.
실제 인천 길병원 닥터헬기 출동 건수는 2022년 115건에서 지난해 34건으로 3년 사이 70.4% 감소했다.
올해도 6월 말까지 출동 요청 78건 가운데 37건이 기각되거나 중단됐다. 기상 악화와 일몰 임박 등 시간·공간적 제약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섬 지역의 일차 의료를 담당하는 병원선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연간 130일 진료를 목표로 운영되는 인천 병원선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약 126억원을 투입해 건조한 270t급 신규 병원선이 운영된 올해 역시 8월 말 기준 진료일수는 69일로 목표 대비 53.1%에 그쳤다.
백령도·대청도·소청도 등 서해 최북단 섬은 올해 8월 말까지 병원선 진료 실적이 한 건도 없었다.
기상 악화 등으로 병원선이 운항하지 못했을 때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체 진료나 보충 운항 실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력과 재정 문제도 과제로 남아 있다. 병원선 승선 정원 16명 가운데 기관사와 방사선사가 각각 결원 상태이다.
2024년을 끝으로 국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올해 운영비 7억5000만원을 인천시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허종식 의원은 인천 도서지역의 응급환자 이송 현실을 지적하며 야간 응급의료체계 개선과 관계기관 간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허 의원은 “안전성을 확보한 중형급 이상 헬기 도입과 야간 운항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해경·소방·닥터헬기·군 헬기 등으로 분산된 이송체계를 통합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원선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국비 지원을 복원하는 한편, 기상 악화로 진료가 중단될 경우 보충 운항과 상급병원 전원까지 연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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