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 영상 공개 직후 유사작 7개

AI 활용한 게임복제 속도 빨라져

  복제 우려에 데모 공개 취소까지

“시대 맞는 보호 대책 마련해야”

게입 업계가 AI를 이용한 모방작 출시에 비상이 걸렸다. 심지어 원작보다 모방작이 먼저 시장에 나오는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예고편 출시를 미루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게티이미지]
게입 업계가 AI를 이용한 모방작 출시에 비상이 걸렸다. 심지어 원작보다 모방작이 먼저 시장에 나오는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예고편 출시를 미루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게티이미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카피캣(모방 게임)’이 출현하면서 게임 업계가 초비상이다.

카피캣은 기존 게임의 아이디어나 플레이 방식을 모방해 만든 게임이다. 정식 출시 전 공개된 ‘시연 영상’이나 ‘데모판’을 참고해 AI로 유사작을 제작하는 사례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수년간 공들여 개발한 게임이 AI로 불과 며칠 만에 복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원작보다 모방작이 먼저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국내 게임 제작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로블록스’ 등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에 기존 게임을 모방한 작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영국 게임 ‘이스케이프 더 월스(Escape the Walls)’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4일 게임 개발사 판도리오 게임스는 해당 게임을 시연 영상을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벽을 부숴 교도소를 탈출하는 방식의 게임으로, 영상 공개 하루 만에 조회수 220만회를 기록했다. 해당 게임은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영상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게임 플레이 방식이 유사한 작품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23일 기준 로블록스에서 벽을 부수어 탈출하는 식의 유사 게임이 최소 7개 확인됐다. 이들 게임은 모두 원작 시연 영상이 공개된 다음 날인 15일 이후 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게임 업계에도 인디게임을 중심으로 마찬가지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신작 시연 영상, 데모판을 급히 삭제하고 있다. 국내 개발팀 YNOT은 AI로 자사 게임을 모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신작 ‘스푸키친(Spookitchen)’의 공개 데모 배포를 지난 20일 중단했다. 또 다른 개발사 ‘개러지 아츠’ 역시 비슷한 이유로 ‘오! 로봇: 전설의 정비공(Oh! Robot: Legendary Mechanic)’의 지난 19일 데모 공개를 긴급 중단했다.

이 같은 ‘모방’이 가능해 진 것은 AI 기술로 변화한 게임 제작 환경 때문이다.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 없는 이도 AI로 게임을 개발하게 되면서, 게임 제작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실제 로블록스가 게임 개발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창작자 수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5%가 AI를 통해 신규 게임이나 업데이트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축됐다고 답했다.

업계는 AI 카피캣으로 원작 개발사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소규모 게임 개발사에 데모판은 정식 출시 전 잠재 이용자를 확보하고 게임을 홍보하는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복제 우려로 데모판 공개를 꺼리게 되면 신작을 알릴 기회를 빼앗긴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기술과 기획력이 부족해도 누구나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며 “AI 게임 복제 확산으로 업계 전체가 붕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발전 속도에 맞춰 개발사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디게임 등 소규모 개발사를 중심으로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규모 개발사는 한정된 자원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 유사작이 등장하더라도 저작권 침해 여부를 검토하거나 법적 대응에 나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확인된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거부·취소 조치를 강화하고, 게임 유통 플랫폼의 신속한 삭제·차단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소규모 개발사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관련 법률 자문과 소송 비용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이자 게임 전문 변호사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에 저작권 침해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거부·취소 근거를 추가하자는 협회 의견이 반영됐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개별 개발자가 직접 소송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관계 기관이 침해 게임물을 모니터링하고 유통을 제한하는 공적 대응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블록스와 같은 게임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복제 게임을 차단하는 방안도 고려된다. 이 변호사는 “로블록스도 현재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자로 지정되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직권으로 등급분류를 거부하거나 취소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어, 저작권자가 신고만으로 침해 게임물을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AI 기술 발달로 게임 복제가 쉬워진 만큼 제도도 소규모 개발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저작권 침해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거부·취소 제도를 강화하고,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실질적인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지원단 등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민주·이준영 기자


chami@heraldcorp.com
young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