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조건 접점 못찾아, APEC 전후 국면 전환”
“軍 라인 빼고 최선희 앞세워…왕이와 밀착 대화”
“김정은 고지혈증 파악, 김주애 후계 내정 공고화”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중국 단둥 당일치기 방문에 대해 북미대화와 관련한 북측 의중을 중국 지도부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북미 양측이 대화 조건을 두고 아직 접점을 찾지 못했지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 국면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의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여야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이번 방중에서 ‘항미원조(抗美援朝) 기념’이라는 명분과 맞지 않는 대목에 주목했다. 항미원조를 부각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동행했어야 할 군부 핵심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대신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당 국제비서 등 외교 간부 위주로 방문단을 꾸렸다. 중국 측에서도 왕이 외교부장 등 외교라인이 주로 나왔다.
윤 의원은 “기념일 성격상 군사 분야 일꾼들이 가야 하는데 군사 분야 일꾼들이 빠지고 외교라인이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방문을 경제 협력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국정원은 판단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6월 방북했고 7월 북중 고위급 교차 방문도 있었던 만큼, 정상이 직접 풀어야 할 경제 현안은 뚜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덕훈 제1부총리를 빼면 양측 경제 담당 인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윤 의원은 “시 주석 방북과 고위급 회담 등이 있어 김정은 위원장이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될 일정이었는데 움직였다”며 “단둥 방문은 굳이 정상이 가지 않을 일정을 간 것이라는 게 국정원 분석”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도 “김정은이 단둥에 가서 신압록강대교 준공식 그것만 보러 갔겠느냐”며 “경제 원조를 받으러 간 것이라면 경제 관료들이 있어야 하는데 없었다”고 부연했다.
최선희의 동선도 눈에 띄었다. 국정원에 따르면 최선희는 방중 내내 부각됐다. 유 의원은 “최선희와 왕이가 굉장히 밀착해 대화를 나눴다”며 “북한 입장에서 중국과 그렇게 외교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 북미대화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측 영접 인사가 바뀐 점도 보고됐다. 국정원은 당초 리창 총리가 영접할 예정이었지만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 일정 등으로 왕후닝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으로 급히 교체된 것으로 파악했다.
왕후닝은 2018년 김정은의 첫 방중 때부터 시진핑과 김정은 사이 가교 역할을 해왔다. 7월에도 방북해 김정은을 면담했다. 국정원은 중국이 북한이 받아들이기 좋은 인사를 보내 예우한 것으로 해석했다. 유 의원은 “김정은은 동선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 이번 방중도 국정원이 휴민트(인적 정보)를 통해 파악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방중 목적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현장 확인형 리더십 스타일에 따른 신압록강대교 직접 시찰이고, 다른 하나는 북미대화에 대한 의중 전달이다. 국정원은 이 사안이 앞서 미중 정상회담과 시 주석 방북 때도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중국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유 의원은 “중국이 김정은의 입장을 미국에 부드럽게 전달할 수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중재할 의도는 없는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APEC 전후 국면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정도로 정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의 건강과 관련해 “최근 공개활동 때 기본 건강수치가 정상 범위에서 관리되고 있다”면서도 “고지혈증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내부적으로는 김여정·조용원·최선희·박정천 등 핵심 측근을 축으로 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봤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의 후계 구도에 대해 “후계자 위상을 단계적으로 각인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념촬영도 군 행사에서만 하는 등 ‘군 지도자 서사’를 쌓고 있으며 핵·미사일 분야에서는 실무에 관여하는 듯한 모습도 연출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를 주민 수용도를 점차 높이려는 전략으로 봤다.
이종석 국정원장은 윤 의원이 ‘김주애가 실명이 맞느냐’고 묻자 “맞다”고 답했다. 후계 단계에 대해서는 “내정 단계를 더 공고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rimsclub@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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