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AI 투자 규모보다 현금 창출력 주목

구글, 영업현금의 121% 설비투자에 쏟아

검색 매출 둔화에 AI 투자 부담 가중

대규모 투자 MS는 186달러 잉여현금 확보

미국 뉴욕시 구글 본사 로비의 모습.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인공지능(AI) 수익화 부진과 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29일(현지시간)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12.6%나 떨어졌다. [로이터]
미국 뉴욕시 구글 본사 로비의 모습.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인공지능(AI) 수익화 부진과 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29일(현지시간)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12.6%나 떨어졌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에서 현금 창출 능력이 빅테크 기업들의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AI 인프라 확충에 쏟아붓는 것만으로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으던 시대는 지났고,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얼마나 조달할 수 있는지가 기업가치와 주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평가 기준에 의해 냉혹하게 ‘내쳐진’ 곳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다. 알파벳은 사상 최대 규모의 AI 투자에 따른 현금 소진 우려로 29잃(현지시간) 주가가 급락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은 AI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 재무 능력을 보여주면서 대조적인 평가를 받았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이날 알파벳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6% 급락한 283.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04년 상장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5000억달러(약 669조원)가 증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1월 엔비디아의 주가 폭락시 시총이 5930억달러 감소했던 것 이어 미국 증시 역사상 두 번째로 큰 하루 시가총액 감소 규모다.

주가 급락의 배경에는 AI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투자 성과가 현금 창출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자리하고 있다. AI 경쟁이 오히려 알파벳의 핵심 수익원인 검색사업의 성장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월가 투자자들이 전날 발표된 알파벳과 MS의 실적을 극명하게 다르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MS는 대규모 AI 투자에도 충분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반면, 알파벳은 투자 지출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웃돌면서 재무적 부담이 부각됐다는 것이다.

멜리사 오토 S&P글로벌 비저블알파 리서치 총괄은 “알파벳과 MS의 실적은 밤과 낮처럼 극명하게 달랐다”며 “MS의 이번 분기 실적은 매우 절제된 성장세를 보여준 반면 구글은 현금을 소진하고 있고 핵심 사업의 실적마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9일 인공지능(AI) 업계 임원들과 트럼프 도널드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 참석하기 위해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9일 인공지능(AI) 업계 임원들과 트럼프 도널드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 참석하기 위해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실제로 알파벳은 지난 3분기(7~9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의 121.4%를 설비투자에 사용했다. 반면 MS의 해당 비율은 금융리스 관련 지출을 제외하면 68%에 그쳤다.

이 비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보다 설비투자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의미로, 부족한 자금을 기존 현금이나 차입 등으로 충당해야 한다.

알파벳은 AI 투자를 대폭 확대하면서 지난 2분기(4~6월) 잉여현금흐름(FCF)이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3분기에도 90억7000만달러의 현금 순유출을 기록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에 사용한 자금을 제외하고 남는 돈으로, 기업이 자체적으로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다.

핵심 사업인 검색 부문의 성장 둔화도 우려를 키웠다. 구글 검색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치며 시장 예상 증가율인 14.7%를 밑돌았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검색 요청 건수가 최근 5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매출 증가세는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AI 챗봇과 AI 에이전트가 기존의 정보 검색 방식을 바꾸면서 구글의 검색광고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캠퍼스 [로이터]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캠퍼스 [로이터]

반면 MS는 대규모 AI 투자에도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입증했다. MS는 2027회계연도 1분기(2026년 7~9월)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에 452억달러를 투입하면서도 186억달러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를 약 100억달러 웃도는 규모다.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의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8%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MS는 이번 분기에도 예상보다 빠른 클라우드 사업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MS의 실적은 AI 수요가 오픈AI 등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사용하는 일부 대형 고객을 넘어 다양한 기업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화려하고 눈길을 끄는 기술에 대한 관심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라며 기업들이 최신 AI 모델을 시험적으로 사용하는 단계를 넘어 장기적인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MS 역시 외부 자금 조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날 MS가 25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장전 거래에서 나타났던 주가 상승세는 꺾였고, 주가는 약 1% 하락했다.

MS가 추진하는 회사채가 실제 발행될 경우 9년여 만에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서 투자등급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그나마 규모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보다 작은 편이다. 구글은 올해 채권과 주식 발행을 통해 1400억달러 이상을 조달했고, 메타는 625억달러, 아마존은 채권 발행을 통해 980억달러를 확보했다.

AI 투자를 감당할 현금 창출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신호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메타는 지난주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매출 증가율과 낙관적인 실적 전망을 발표했지만 막대한 현금 소진에 대한 우려가 호실적을 압도했다.

오라클 로고 [로이터]
오라클 로고 [로이터]

반면 오라클은 외부 자금 조달에 상한선을 설정하고 2028회계연도 하반기에는 현금흐름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면서 지난 28일 정규장에서 주가가 약 11% 상승했다.

알파벳 시총 하룻새 669조원 증발…상장 이후 최대 폭락

알파벳 시총 하룻새 669조원 증발…상장 이후 최대 폭락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가 검색 수익화 부진과 막대한 투자 부담에 대한 우려로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5000억달러가 증발하며 미국 증시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일일 시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919917?sec=009

mokiya@heraldcorp.com
Google News Icon
Google News 에서 헤럴드경제 팔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