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불암 배웅하며 ‘전원일기’ 식구들 모여

김혜자·고두심·이계인·임호, 눈물의 작별

김혜수, 오전 11시부터 밤늦게까지 빈소 지켜

‘국민 아버지’ 배우 최불암 별세한국의 아버지상을 대표해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사진은 30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국민 아버지’ 배우 최불암 별세한국의 아버지상을 대표해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사진은 30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한 번이라도 눈뜨는 걸 봤으면 좋겠어요. 너무 그리운 사람이니까 곧 만날 거예요.”

22년 동안 양촌리 김 회장댁 안주인이었던 배우 김혜자가 극 중 남편의 영정 앞에 섰다. 김혜자는 30일 오후 6시 50분께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된 고(故) 최불암(본명 최영한)의 빈소를 찾아 고인과 작별했다. 두 사람은 MBC ‘전원일기’(1980~2002)에서 김 회장과 아내 이은심으로 1088회를 함께했다.

조문을 마친 김혜자는 눈시울을 붉힌 채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으면 또 만날 텐데 마지막이라고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김혜자는 고인을 “저 사람”이라 불렀다. “저 사람에 대한 추억도 많고, 다 기억하면서 살 겁니다. 내가 얼마나 오래 살겠어요.”

두 사람의 인연은 드라마보다 길다. 김혜자는 2023년 9월 tvN 스토리(STORY) ‘회장님네 사람들’에서 ‘전원일기’ 종영 21년 만에 최불암과 다시 마주 앉았다. 당시 김혜자는 두 사람을 “정말 오래된 친구”라고 소개했다. 같은 방송에서는 연기를 쉬던 최불암을 향해 “난 최불암 같은 분이 나이 먹어서 연기 안 하는 게 안타깝다”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전원일기’ 식구들은 “한국의 아버지 상 하면 최불암, 어머니 하면 김혜자”(김용건)라고 두 사람을 묶어 불렀다.

밤이 오자 모인 양촌리 사람들

김혜자가 빈소에 들어선 무렵, 배우 고두심·윤여정·최명길·박상원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고두심은 ‘전원일기’에서 김 회장댁 맏며느리를 연기했다. 빈소를 찾기에 앞서 고두심은 고인을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일에 함께 하신 거룩한 마음이 많으신 분”이라고 기렸다. 자신 역시 최불암의 권유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일에 발을 들였다고 돌아봤다. 박상원은 MBC ‘그대 그리고 나’(1997~1998)에서 고인과 함께 출연했다.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향년 87세로 별세하신 故최불암 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사진공동취재단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향년 87세로 별세하신 故최불암 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사진공동취재단

마을 주민 귀동이 이계인과 김 회장의 양아들 금동이(성인 역) 임호도 함께 빈소를 찾았다. 이계인은 ‘수사반장’ ‘당신’ ‘영웅시대’ ‘전원일기’까지 수많은 작품에서 최불암과 호흡을 맞춘 후배다. 두 사람은 40년 가까이 같은 동네에 살며 술잔을 가장 많이 기울인 사이였다. 빈소에서 최불암의 아내 김민자를 마주한 이계인은 일평생을 함께했다며 “나를 두고 먼저 가시면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이계인의 냉장고엔 고인을 위해 준비했던 생선이 아직도 남아 있다. 입원해 있을 동안 최불암은 이계인에게 전화해 매운탕이 먹고 싶다는 마음을 비췄다고 한다. 오랜 형님의 바람에 생선을 구해뒀지만, 그 뒤로 다시는 전화가 닿지 않았다.

‘금동이’ 임호는 “부모님을 여의었을 때처럼 ‘계실 때 왜 더 잘해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해가 바뀌기 전 ‘전원일기’ 출연진과 함께 인사를 가자고 이야기하던 차에 부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사이 배우 김혜수는 빈소를 떠나지 않았다. 김혜수는 이날 오전 11시께 빈소에 도착해 밤늦게까지 유족 곁을 지켰다. KBS ‘사모곡’(1987)에서 김민자와 모녀로 출연한 뒤 39년 동안 두 사람을 ‘엄마, 아빠’라 불렀다고 한다. 김혜수는 취재진 앞에서 따로 말을 남기지 않고 부은 눈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몽준 “아버님과 친구처럼 지내신 분”

오후 8시께엔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빈소를 찾았다. 최불암과 정 이사장은 서울 중앙고 선후배 사이다. 최불암은 1992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의 전국구 의원으로 14대 국회에 들어갔고, 2004년 MBC ‘영웅시대’에서는 정 명예회장을 모델로 한 인물을 연기했다.

정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선배님이시고, 우리 아버님과도 아주 가깝게 친구처럼 지내신 분”이라며 “건강 관리를 좀 더 잘하셔서 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이 아주 쓸쓸하다”고 말했다.

국민 아버지 최불암 [최불암 측 제공/연합]
국민 아버지 최불암 [최불암 측 제공/연합]

아침부터 이어진 조문 행렬

빈소의 문을 가장 먼저 두드린 사람도 ‘전원일기’의 아들이었다. 조문이 시작된 오전 10시, 둘째 아들 용식을 연기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빈소에 들어섰다. 드라마 데뷔작인 MBC ‘강남가족’(1974)에서도 최불암의 아들이었던 유 전 장관은 “평상시에도 늘 아버지라 불렀다”고 했다. ‘전원일기’에서 일용이를 연기한 박은수는 한두 달 전 문병을 가려다 “오지 마”라는 말을 들은 것이 마지막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후배로 60년을 골에 둔 임현식은 “먼저 가셔서도 하늘나라에서 프로덕션 하나 차리셔서 원하는 연기 실컷 하셨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2014년 SBS ‘기분 좋은 날’에서 고인과 부부로 만났던 나문희는 지인의 부축을 받으며 조문한 뒤 “최불암 씨, 먼저 가셨네”라고 울먹였다.

‘그대 그리고 나’에서 고인의 아들이었던 차인표, SBS ‘그대 웃어요’(2009)를 함께한 강석우, ‘천상의 화원 곰배령’에서 손녀를 연기한 안서현도 빈소를 찾았다. 초록우산 홍보대사로 고인과 28년을 함께한 개그맨 이홍렬은 “이제는 기댈 곳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문희·박은수 외에도 배우 김성환·선우용녀·길용우·양택조·홍순창·이경진·이보희·송승환·신현준, 이천희·전혜진 부부, 가수 진성, 방송인 이상벽, 모델 이현이, 배창호 감독 등도 다녀갔다.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는 1년 전부터 지어 둔 13가지 수의와 김민자가 입을 상복을 들고 빈소를 두 차례 오갔다.

정부는 고인에게 문화예술계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오후 5시께 빈소에서 훈장을 전달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 경찰 고위 간부들과 함께 온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조문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도 빈소를 찾았다.

장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입관식은 다음 달 1일 오후 2시 30분, 발인은 2일 오전 7시 40분이다. 이어 오전 9시 여의도동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집전하는 장례 미사가 열린다. 운구는 오전 10시 40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들른 뒤 경기 파주 동화경모공원으로 향한다.

유 전 장관은 데뷔 시절 최불암이 극 중 아버지로서 건넌 대사를 아직 기억했다.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 네 등 뒤에 있는 창문을 열어봐라. 행복이라는 놈이 거기 있을 거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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