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재정 흔들리면 아이들의 미래도 흔들린다”
기초학력 지원체계 강화, 학생 마음건강 안전망 확대
교권 보호 전담조직, 긴급지원체계 강화
AI 시대 질문, 탐구, 쓰기 중심 수업 전환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학령인구 감소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서울교육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학생 수는 줄어들지만 노후 학교시설 개선, 기초학력 보장, 학생 마음건강, 디지털교육 등 교육 현장에서 요구하는 지원은 오히려 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까지 더해지면서 안정적인 교육재정 확보가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재정이 흔들리면 다른 어떤 정책도 온전히 추진할 수 없다”며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되 아이들에게 필요한 정당한 재원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정 교육감은 교육재정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학생 개개인의 출발선을 보장하는 기초학력 정책, 예방부터 회복까지 연결되는 마음건강 지원체계,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AI 시대에 대응하는 수업 혁신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설명했다.
정 교육감이 가장 우려하는 현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이다. 정부는 55년간 유지해 온 내국세 20.79% 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 등을 반영하는 새로운 산식을 추진하고 있다.
정 교육감은 개편안이 적용되면 서울시교육청의 교부금이 현행 방식과 비교해 약 2조7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서울의 학생 수는 2021년 82만5503명에서 2025년 74만3216명으로 10% 줄었지만 학교 수는 사실상 그대로”라며 “학생 감소만으로 교육재정 수요가 같은 비율로 줄어든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후 교육시설 개선도 시급하다. 서울의 30년 이상 된 교육시설은 3234동으로, 향후 10년간 시설 개선에 약 23조3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도 필요한 시설 개선 예산 3조5000억원 가운데 1조2000억원만 편성됐다는 설명이다.
정 교육감은 “재정 여력이 줄어들면 화장실, 창호, 급식실 환기시설 등 학생들이 매일 이용하는 시설의 개선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초학력, 마음건강…학생 맞춤형 지원 확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학생별 특성을 고려한 지원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 교육감은 “지역과 가정환경이 학생의 배움과 미래를 결정짓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며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교육을 제공하기보다 각자의 발달 수준과 특성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교육지원청별로 운영하는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를 25개 자치구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기초학력 전문교원과 학습지원 튜터를 확충할 계획이다. 2027학년도부터는 초등학교 1, 2학년 학급에 협력강사를 우선 배치해 초기 학습결손 예방에도 나선다.
학생 마음건강 정책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한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연간 15차시 이상의 사회정서교육을 실시하고, 전문상담 인력과 지역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를 강화한다.
2027년에는 고위기 학생의 위기 신호를 감지하고 신속하게 개입하는 응급위기대응관(GRIP)을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2028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치료와 학업을 병행하는 마음회복학교도 준비하고 있다.
정 교육감은 “중요한 것은 위기 신호를 어디에서 발견했느냐가 아니라 발견한 순간 도움이 시작되는가”라며 학교, 가정, 지역사회가 연결되는 지원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역시 주요 과제다. 정 교육감은 교사가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학생도 안정적으로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본청에 교육활동 보호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교육지원청의 대응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현재 11개 교육지원청에서 운영 중인 교육활동보호 긴급지원팀 SEM119는 내부 인력과 외부 전문가 등 총 551명 규모로 구성돼 법률지원, 심리상담, 갈등조정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대해서는 초기 갈등조정부터 법률 대응, 심리 회복까지 교육청의 책임을 확대한다. 교원 상담 지원을 강화하고 11개 교육지원청에 교권전담상담사를 단계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정 교육감은 “선생님이 어려움을 홀로 감당하지 않을 때 학생들도 안정적으로 배울 수 있다”며 예방부터 대응, 치유와 복귀까지 교육청이 책임지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AI 확산에 따른 수업과 평가 방식의 변화도 강조했다. 지식과 정답을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시대일수록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질문, 탐구, 쓰기 중심 수업을 확대하고 학생의 사고 과정과 성장 정도를 살피는 서논술형 평가를 강화할 계획이다.
AI 서논술형 평가지원시스템인 채움AI도 고도화해 2027년 학교 현장에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채점 부담을 줄이고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정 교육감은 “AI 시대 교육의 본질은 기술에 대한 의존을 넘어 인간의 주체성을 세우는 데 있다”며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단 한 명의 학생도 배움과 성장, 안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기본교육의 기준을 세우겠다”며 “정책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실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7toy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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