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아시아·태평양 독일 비즈니스 콘퍼런스 개최
개회대담 김정관 장관·로이엔호프 차관 등 참석
김정관 “다자주의 강화해야 할 책임 있어”
로이엔호프 “다변화 통해 새로운 파트너십 창출”
AI 분야서도 양국 파트너십 강조
[헤럴드경제=한영대·김진 기자] 한국·독일 정부가 주요국들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도 개방을 통해 경제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용 인공지능(AI)’ 개발 협업을 통해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경제 안보·개방 모두 포기해선 안 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9회 아시아·태평양 독일 비즈니스 콘퍼런스(APK 2026)’ 개회 대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은 더 이상 단순한 경제적 기회의 지역이 아닌 지정학적 경쟁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안보과 (경제) 개방성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2개 모두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개회대담은 ‘세계적인 권력 이동이 독일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열렸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자국 경제 보호를 명분으로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국 간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지정학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과 독일은 보호주의 흐름 속에서도 개방 즉 다자주의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과 독일의 강점인 제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슈테판 로이엔호프 독일연방경제에너지부 정무 차관은 “산업 (보호) 정책과 시장 개방 간의 올바른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파트너십을 창출하고, 경제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한국과 독일은 개방 경제 질서에 의해 엄청난 혜택을 받은 만큼, 우리는 이 체제를 보존하고 강화해야 할 공동의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토비아스 마이어 DHL그룹 CEO(최고경영자)는 “보호무역주의는 독일처럼 수출 주도형 경제모델을 택하는 국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보호주의보다는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파트너들과 지속해서 대화하며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韓·獨 공통점 많아…최적의 파트너”
이후 진행된 ‘2030년 독일-아시아·태평양 무역 시나리오’ 대담에서는 독일의 최적 파트너 국가로 한국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양국이 경제는 물론 노령화 등 사회 측면에서 다양한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파트리크 베르나우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FAZ) 지경학 뉴스레터 신임 책임자는 “한국과 독일은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가 필요하고, 독일의 장비 및 부품들은 한국에서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과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갖춘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업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신영 동남아시아 중앙은행 연구·연수센터 상임이사는 “아세안은 글로벌 GDP의 약 7~7.9%를 차지하고 있고,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는 4조달러가 넘는 GDP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독일과 같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獨 기술·韓 AI 역량 결합한 설루션 만들어야”
이날 대담에서는 AI 시대 한국과 독일의 생존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로이엔호프 차관은 “미국과 중국이 거대언어모델(LLM)을 통해 AI를 매우 빠르게 발전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독일과 한국은 산업용 AI를 통해 (AI 시대) 선도적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산업용 AI는 공장 등 제조시설에 도입, 생산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AI를 의미한다.
양국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기존의 교역 범위를 넘어 반도체 생태계 분야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산업통상부와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는 같은 날 ‘경제 하이테크 파트너십 프레임워크 공동의향서’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자동차와 배터리, 첨단 에너지 시스템은 물론 산업용 AI 분야에서 협업하기로 약속했다.
김 장관은 “AI와 관련해 ‘누가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전환할 수 있는가’란 질문이 매우 중요하다”며 “독일의 정밀한 기계·자동화 역량, 한국의 AI 기술과 결합한다면 양국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실용적인 산업용 AI 설루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AI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보안 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이어 CEO는 “특정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기술적으로 종속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며 “빅테크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상업적·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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