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연, 15kW급 대용량 극저온 칠러 개발

- 국내 기업 기술이전, 내년 제품 출시 목표

고준석 실장이 터보-브레이튼 극저온 칠러를 소개하고 있다.[한국기계연구원 제공]
고준석 실장이 터보-브레이튼 극저온 칠러를 소개하고 있다.[한국기계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영하 120도 이하의 극저온으로 냉각할 수 있는 국산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기계연구원은 탄소중립기계연구소 에너지저장연구실 고준석 실장 연구팀이 영하 120도 이하에서 15kW(킬로와트)의 냉각성능을 구현하는 ‘터보-브레이튼 극저온 냉각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냉각시스템의 핵심부품부터 설계·제작, 운전·제어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체 기술로 구현했다. 가로·세로 1.6m, 높이 2.1m 크기의 산업용 냉각장치인 ‘칠러’로 제작해 성능시험까지 마쳤다.

반도체가 고집적화되면서 웨이퍼 표면에 미세한 회로를 형성하는 식각공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표면을 깊고 정밀하게 깎아내는 과정에서는 발생하는 열을 제거하기 위해 영하 100도 수준의 극저온 냉각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 증기압축 방식의 칠러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은 냉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냉각용량을 확대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소 기체를 압축하고 팽창시키는 과정에서 냉각효과를 얻는 터보-브레이튼 방식을 적용했다.

질소는 지구온난화지수가 0인 친환경 냉매다. 연구팀은 시스템 운전 압력도 10기압 이하로 설계해 안전성을 높였다.

극저온 칠러의 냉각성능 시험 과정에서 기계연 로고에 성에가 맺힌 모습.[한국기계연구원 제공]
극저온 칠러의 냉각성능 시험 과정에서 기계연 로고에 성에가 맺힌 모습.[한국기계연구원 제공]

핵심은 독자 개발한 초고속 터보기계다. 분당 6만회 회전하는 터보기계에 윤활유 없이 회전축을 지지하는 자기베어링 기술을 적용했다.

일반적인 윤활유는 극저온에서 얼거나 성능이 저하돼 장비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윤활유가 필요 없는 무급유 터보기계를 개발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냉각 온도와 용량을 폭넓게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장비 크기도 줄였다.

개발한 칠러는 가동 30분 이내에 영하 120도 이하에 도달했다. 60분 이내에는 목표 냉각용량인 15kW 부하 운전에도 성공했다.

정격운전 조건에서 소비전력은 90kW, 소비전력 대비 냉각성능을 나타내는 성능계수(COP)는 0.167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터보-브레이튼 방식의 대용량 극저온 칠러를 제품화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하고 운전성능까지 검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성과는 연구실 수준의 기술을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장비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기술은 국내 반도체 칠러 제조기업인 차고엔지니어링에 이전됐다. 회사는 2027년 제품 출시를 목표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계연은 현재 영하 200도까지 냉각할 수 있는 대용량 산업용 기술을 확보했으며, 향후 영하 250도와 영하 269도까지 냉각하는 기술도 단계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고준석 실장은 “2024년 산업용 칠러 개발을 목표로 제시한 이후 연구진의 노력으로 제품화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을 발전시켰다”며 “반도체 제조현장뿐 아니라 다양한 미래 유망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극저온 냉각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Google News Icon
Google News 에서 헤럴드경제 팔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