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처, 미래전략자문회의…청년 24명 심층면접 결과 공유

AI 일자리 감소·지방 인프라 부족 우려…“성장 넘어 안정된 삶”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11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스페이스쉐어 서울역센터에서 열린 미래전략 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제공]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11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스페이스쉐어 서울역센터에서 열린 미래전략 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기업들은 경력직과 경험을 해본 사람만 원하고 있어서, 뭔가 시도조차 못 하는….”(22세 대학생 남성)

“이런 식으로 벌어서 나중에 집 사고 내 인생을 계획하는 게 가능할까.”(30세 직장인 남성)

정부가 ‘2045 국가발전전략’ 수립을 위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은 결과, 대학생은 첫 취업의 문턱을, 직장인은 내 집 마련과 결혼·출산 등 미래 설계의 어려움을 주요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청년들은 경제성장과 기술 발전뿐 아니라 주거·의료·교육·일자리에서 안심할 수 있는 일상을 희망했다.

기획예산처는 2일 서울 용산구 스페이스쉐어 회의실에서 박홍근 장관 주재로 미래전략자문회의를 열고 청년층 심층면접(FGI) 결과와 2045 국가발전전략의 주요 골자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29일 결과를 발표한 일반 국민·청년층 대상 1차 설문조사에 이어 청년들의 구체적인 현실 인식을 듣기 위해 진행됐다. 만 19~26세 대학생과 만 30~34세 직장인 등 24명이 심층면접에 참여했으며 전문가 10명의 의견도 수렴했다. 소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한 정성 조사여서 청년층 전체의 인식으로 일반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참여자들은 개인의 노력과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워진 구조적 불확실성을 불안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대학생들은 경력자를 선호하면서 신입에게도 경험과 스펙을 요구하는 채용 관행 탓에 노동시장에 첫발을 들이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현장실습과 인턴 등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를 확대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직장인들은 취업 이후에도 주거 마련과 가족 형성 등 장기적인 삶을 계획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용불안도 공통된 걱정이었다. 참여자들은 대체로 AI 발전이 일자리 규모를 줄일 것으로 우려했다. 대응 방안으로 대학생들은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R&D) 투자, 신기술 체험 기회 확대를, 직장인들은 기술 활용 능력의 격차 해소를 주로 언급했다.

지역을 떠나는 이유로는 양질의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 부족이 꼽혔다.

한 20세 대학생 여성은 “지방은 청년들이 안 살고 싶고 기피한다기보다는 살고 싶어도 못 산다고 생각”한다며 취업 기회가 수도권으로 집중된 현실을 지적했다. 의료·문화·교통 인프라의 격차도 지역 정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해서는 출산·양육 여건 개선과 함께 인구 감소에 대비한 현실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요양 수요 증가와 복지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책 참여에 대한 거리감도 드러났다. 심층면접 참여자 24명 중 23명은 정책 참여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의견을 제시해도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반응과 함께, 청년의 제안이 정책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청년들이 희망한 2045년의 모습은 과도한 경쟁과 비교, 세대·성별·지역 간 갈등이 줄고 스스로 삶을 선택하며 안정적인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사회였다. 정부 정책 역시 단기 대응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계획에 따라 지속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기보다 학력과 자산, 고용형태, 거주지역에 따른 격차를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출발 조건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 청년이 정책 수혜자를 넘어 미래 설계의 주체로 참여하는 사회를 국가전략의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이날 자문회의 참석자들은 국가발전전략을 통해 양극화 등 압축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완화하고 인구구조 변화와 지방 소멸, 기후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AI 대전환과 국제질서 재편에는 기회의 측면도 있는 만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박 장관은 “특히 미래 사회의 주역인 청년들이 바라는 미래를 지원하기 위한 과제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며 “새로운 백년을 설계한다는 마음으로 전략을 충실하게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획처는 이번 논의를 비롯해 전략 수립 전 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유도하고, 국민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2045 국가발전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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