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는 호반, 경영권은 한진
산은, 공개 입찰 방식 지분 매각에 무게
한진측에 팔면 경영권 방어 지원 비판
호반, 보유 목적 ‘단순투자’ 유지에도
한진그룹 경영권까지 염두 시각많아
“경영권 불확실성 상당 기간 이어질 것”
호반그룹이 한진칼 최대주주로 올라선 가운데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10.58%가 한진그룹 경영권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한진칼의 경영권이 여전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있지만, 호반그룹이 경영 참여를 공식화하게 되면 경영권 분쟁이 언제든지 재점화할 수 있어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2월 17일 통합 대한항공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 3월 17일에는 진에어가 에어부산·에어서울을 흡수합병한 통합 진에어가 출범한다. 2020년부터 추진해 온 국내 항공산업 재편이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 접어드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 처리 문제도 수면위로 올라 올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투입하며 지분 10.58%를 확보했다. 당시 별도로 인수한 대한항공 교환사채 3000억원은 지난해 12월 상환받았다.
당초 투자 목적인 항공산업 구조개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산업은행도 남은 지분의 회수 방안을 검토할 명분이 커지게 됐다. 투자 수익 역시 약 9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실제 지분 매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점쳐진다. 통합 항공사가 출범하더라도 조직과 인력, 운항체계의 안정적인 통합이 남아 있는 데다 한진칼을 둘러싼 경영권 구도까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항공 통합 막바지…산은 10.58% 매각 딜레마=호반그룹이 추가 매수를 통해 한진칼 최대주주가 되면서 산업은행 지분은 양측의 경영권 경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량이 됐다. 업계의 관심은 조 회장 측 우호세력과 호반그룹 가운데 어느 쪽에서 산업은행 지분을 가져갈지에 쏠린다.
조 회장 측 우호세력에 매각하면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지원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호반그룹에 넘기면 국책은행이 경영권 이동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항공산업 재편을 지원한 뒤 지분 처분 과정에서 특정 민간기업의 경영권 확보를 돕는 결과가 된다면 산업은행으로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경우, 산업은행이 당장 매각에 나서기보다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매각이 현실화하더라도 특정 주주와의 수의계약보다는 공개경쟁입찰이 유력한 방식으로 거론된다. DS투자증권은 산업은행이 과거 대우증권과 HMM 등의 지분 매각 과정에서 공개입찰을 활용했다는 점을 들어 한진칼 지분 역시 공개매각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호반그룹 입장에선 이미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만큼 산업은행 지분까지 인수하면 조 회장 측과의 직접 지분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다. 다만 산업은행 지분 전량을 사들일 경우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율이 30%를 넘게 돼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 편입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한진칼과 대한항공 등의 지배관계 및 기업집단 관련 규제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최대주주 오른 호반…‘단순투자’ 언제까지=호반그룹이 경영 참여를 공식화할 시점 역시 변수다. 호반그룹은 2022년 사모펀드 KCGI의 지분을 인수한 이후 약 4년간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주식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사 후보 추천이나 경영진 교체 요구 등 경영 참여 움직임도 공식화하지 않았다.
최대주주가 됐다는 사실만으로 보유 목적 변경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이 생겼다면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이를 공시해야 한다.
실제로 과거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도 보유 목적 공시가 쟁점이 된 바 있다. 2020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와 ‘3자 연합’을 구성했던 반도건설은 경영 참여 목적의 변경보고 의무를 위반했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보유 지분 중 5%를 초과하는 부분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 바 있다.
다만, 섣불리 경영 참여를 공식화하는 것이 호반그룹에도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면 산업은행이 지분을 매각하기 더욱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이다.
호반그룹은 이달 예정된 최대주주 변경 관련 공시에서도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이 이미 있었다면 해당 목적이 생긴 날부터 5영업일 이내에 변경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주총 분수령…달라지는 표 대결 구도=특히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분수령으로 꼽힌다. 현재 한진칼 이사회에는 산업은행이 추천한 독립이사 3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모두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어서 후임 이사 선임 과정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개정 상법에 따른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도 변수다. 감사위원 선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지분을 합쳐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 외 주주는 각각 3% 제한을 받는다.
이에 따라 호반그룹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 호반건설과 호반호텔앤리조트 등 계열사 지분이 합산 3%로 묶이는 반면, 조 회장 측에는 주주별 3% 제한이 적용될 수 있다.
조 회장 측이 확보한 우호지분도 변수다.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운영하는 델타항공(14.90%)을 비롯해 LX판토스·GS리테일 등 5개사, 대신·유진 사모펀드 등이 우호세력으로 거론된다. 이들 지분을 조 회장 측과 단순 합산하면 과반을 넘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우호주주들이 모두 조 회장 측에 표를 던진다는 보장은 없다. 델타항공은 전략적 투자자이고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국민연금(5.11%)은 올해 3월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앞서 한진그룹은 그룹 계열 공익법인 3곳을 통해 올해 한진칼 지분을 3.05%에서 4.24%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공익법인 보유 지분은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지만, 시장에서 호반그룹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주식 물량을 줄여 지분 확대를 견제하려는 조치로 풀이됐다. 그러나 매입 규모가 가장 컸던 정석인하학원은 학교법인 자금을 경영권 방어에 활용한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9월 추가 매입 계획을 철회했다.
재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해 빠르게 사세를 키워온 기업으로, 한진그룹 경영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며 “다만, 호반은 승산이 충분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경영 참여를 공식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 측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여 경영권 불확실성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경수·권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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