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영화, 1년 안에 상업적 전환점…제작비 장벽 낮추고 창작 기회 확대
5년간 AI 창작 인재 1만명 양성 추진…한일 공동제작·인재교류 강조
[헤럴드경제(요코하마)=김세진 기자] “자기 생각과 자기 삶을 영상으로 기록하라. AI를 활용하면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집행위원장은 지난 10월 31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헤럴드재팬과 인터뷰에서 일본의 젊은 영화인, 재일동포 청소년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AI 영상 제작 교육·상영회 특강을 위해 현지를 찾은 그는 AI를 영화산업의 위기에 대응하고 새로운 창작자의 진입을 돕는 도구로 바라봤다.
그가 강조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일이었다. 작가가 일상의 기록을 소설로 발전시키듯, 이제는 누구나 AI를 활용해 삶과 생각을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요코하마 방문은 지난해 진행한 첫 AI 워크숍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신 위원장은 당시 참가자들의 호응과 교육 과정에서 느낀 보람이 다시 일본을 찾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에 있는 재일동포들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전하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기회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을 한 단계 발전시켜 진행하자는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올해는 초등학생들의 참여가 특히 반가웠다고 했다. 앞으로 오랜 시간을 AI와 함께 살아갈 세대인 만큼,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활용법을 익히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AI가 영화인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직업의 변화와 창작 기회의 확대에 주목했다. 촬영이나 시나리오 등 특정 공정에 참여하던 사람이 AI를 통해 작품 전체를 기획하고 구현하는 창작자로 활동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신 위원장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어떤 일자리는 없어지지만 다른 일자리도 생겨났다”며 “영화에서도 한 부분만 담당하던 사람이 프로젝트 전체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바뀔 것 같다”고 전망했다.
AI 영화의 상업화 시점에 대해서는 비교적 빠른 변화를 예상했다. 기술 발전과 이를 활용하는 창작자의 역량이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지금의 기술 발전 추세와 창작 능력을 보면 향후 1년 안에 상업적으로 주목할 만한 가능성이 만들어질 것 같다”며 “큰 전환점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 문제를 바라보는 중심에는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있었다. 신 위원장은 AI가 스스로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가 무엇을 표현할지 결정하고 구체적으로 지시하며 결과물을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진 역시 구도와 노출 등 인간의 선택이 작품을 구성한다는 점을 예로 들며 “더 나은 창작물을 만들려면 지시가 정교해야 하고, 자신만이 가진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창작을 둘러싼 법적 기준도 앞으로 논의를 거치며 정착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BIFAN의 AI 전략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제는 2024년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도입한 데 이어 2025년에는 ‘AI영상교육센터부천’ 설립과 5년간 AI 필름메이커 1만명 양성 목표를 발표했다.
신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지난해 교육 수료생이 약 2023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수료생들이 창작자뿐 아니라 교육자로도 활동하면서 새로운 인재를 길러내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의 배경에는 기존 영화산업의 고비용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제작과 배급에 많은 비용이 드는 구조에서 극장의 영향력까지 약해지면서 새로운 제작 방식과 유통 기반을 준비할 필요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AI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화계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일자리를 위협하는 기술을 앞장서 도입한다는 비판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기존 영화 제작 체계와 AI를 비행기의 주엔진과 보조엔진에 비유했다.
“기존 시스템을 주엔진이라고 보면 AI는 보조엔진이다. 주엔진에서 연기가 나고 있으니 보조엔진을 준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한일 협력의 가능성도 높게 평가했다. 일본이 축적한 애니메이션의 제작 경험과 한국의 웹툰 등 서로 다른 강점이 AI를 매개로 만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앞으로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의 경계가 낮아질수록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함께 작업하는 일이 중요해질 것으로 봤다.
신 위원장은 “공동제작과 인재교류는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일본과는 여러 면에서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 제작자로 걸어온 길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성과로는 영화 ‘결혼 이야기’를 계기로 새로운 인재들이 영화계에 들어오는 데 기여한 경험을 꼽았다. 기획영화의 성공이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다른 분야의 젊은 인재들에게 영화에 도전할 계기를 제공했다는 회고다.
그는 “외부의 재능 있는 사람들이 영화계에 들어와야겠다고 생각하는 기점을 만들어준 일이 가장 의미 있었다”며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해 일찍 컴퓨터그래픽(CG)에 관심을 기울인 경험과 지금의 AI 도전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결국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신 위원장이 청소년들에게 건넨 마지막 당부도 거창한 기술이나 성공의 공식이 아닌, 자신의 일상에서 출발하라는 것이었다.
신 위원장은 “일기를 쓰듯 자기 삶을 영상으로 기록해 보라. 그 기록이 영화가 될 수 있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sj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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