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금융업법’ 재편·불법사금융 별도 입법 촉구

매입채권추심업 허가제 “직접추심 업체만 적용해야”

기존 업체엔 자본금·인력 요건 단계적 적용 요구

강준현(앞줄 왼쪽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성웅(앞줄 왼쪽 가운데) 한국대부금융협회 회장, 민병두(앞줄 왼쪽 여섯 번째)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고문 등이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7회 소비자금융 컨퍼런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
강준현(앞줄 왼쪽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성웅(앞줄 왼쪽 가운데) 한국대부금융협회 회장, 민병두(앞줄 왼쪽 여섯 번째)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고문 등이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7회 소비자금융 컨퍼런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

[헤럴드경제=김서현 기자]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대부금융을 불법사금융과 구분하고, 독립된 금융업권에 걸맞은 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해서는 오히려 제도권 대부금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새로운 규율, 신뢰받는 시장: 대부금융 법제 개편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제17회 소비자금융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정성웅 한국대부금융협회장은 개회사에서 “대부금융은 2002년 제도권에 편입된 이래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서민들의 마지막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왔다”며 “합법 금융임에도 여전히 ‘대부’라는 이름에 갇혀 부정적인 낙인이 씌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업을 옥죄는 규제가 역설적으로 불법 사채시장을 키우는 꼴이 됐다”며 “불법사금융은 강력히 근절하되 건전한 대부금융은 독립된 ‘대부금융업법’으로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대부업법이 등록 대부업자뿐 아니라 불법사금융업자와 은행 등 여신금융기관까지 하나의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 문제로 지목됐다. 주제발표를 맡은 주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은행법과 저축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다른 금융업법이 해당 업권을 중심으로 규율하는 것과 달리 대부업법은 서로 성격이 다른 대상들을 함께 규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가 대부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우는 동시에 규제 중복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 변호사는 대부업법을 가칭 ‘대부금융업법’으로 재편하고 불법사금융 규제는 별도 법률로 분리할 것을 제안했다. 은행 등 여신금융기관에 적용되는 영업행위 규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부업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강 의원은 “등록 대부업체라는 말을 쓰다 보니 불법 아니냐고 오인할 수 있다”며 명칭 변경 필요성도 언급했다. 대부업체의 자금조달 어려움과 우수업체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금융위원회와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업권법 개편과 함께 강화되는 진입규제도 실제 영업 방식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28일 연체채권을 사들여 회수하는 매입채권추심업의 업체 난립과 장기·과잉 추심을 방지하기 위해 현행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회사 50% 이상 출자, 자본금 30억원, 상시고용인력 20명 이상 등의 요건을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대부채권을 매입한 업체가 모두 채무자에게 직접 상환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 나왔다. 채권추심을 외부 업체에 맡기거나 법적 절차, 채무조정에 따른 변제계획 등을 통해 채권을 회수하는 업체에도 같은 허가 요건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이한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발표한 한국대부금융협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업체 120개사 중 직접추심을 전혀 하지 않는 업체는 56개사(46.7%)였다. 직접추심 비중이 20% 이하인 업체도 84개사(70.0%)에 달했다.

이 변호사는 직접추심을 하지 않는 업체를 ‘대부채권매입관리업’으로 별도 분류해 현행 등록제를 유지하고, 직접추심을 수행하는 ‘대부채권매입추심업’에만 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채권을 매입·보유하는 행위와 채무자에게 직접 상환을 요구하는 행위의 위험이 다른 만큼 규제도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강화된 허가 요건에 따른 기존 사업자의 부담도 문제로 지목됐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자료를 제출한 매입채권추심업체 816개사 가운데 716개사(약 88%)는 자본금이 30억원 미만이었다. 자본금 요건을 한꺼번에 높이면 상당수 업체가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위는 기존 사업자에게 법 시행일부터 3년의 전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이 기간에는 금융회사 50% 이상 출자 요건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허가를 받지 못한 채 등록이 만료되면 보유 연체채권을 6개월 이내에 매각하거나 소각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기존 업체가 자본금과 인력 요건을 단계적으로 충족할 수 있도록 추가 경과조치를 마련하고, 직접추심을 하지 않는 업체는 등록제로 영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 역시 “채무자 보호를 강화하고 과잉 추심을 방지하려는 금융당국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일률적인 진입 규제보다는 사업자들이 법 테두리 안에서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단계적이고 유연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ns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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