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태국 군부가 20일(현지시간) 계엄령을 전격 선포하면서 태국 정국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군부는 이날 군 TV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행동 나섰다”며 이는 “쿠데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군은 “국민은 당황할 필요가 없다”며 “이번 조치는 국민을 안전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은 평소대로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체 방송국을 갖고 있는 군은 이날 방콕 내 몇개 민간 방송국에 진입했다. 이로써 군은 전국의 치안질서유지 권한을 갖게 됐다.

태국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6개월 넘게 이어지며 정국 불안이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잉락 친나왓 총리가 실각했다.

지금까지 반정부 시위로 지금까지 28명이 숨지고 800명 가까이 다쳤다.

정국 불안이 심화되자 군 수뇌는 이미 무력 사용을 경고한 바 있다.

프라윳 찬-오차 육군 참모총장은 지난 15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해 “무고한 민간인에게 폭력과 전쟁 무기를 사용하는 이들을 비롯해 모든 집단에 경고한다”며 “폭력이 계속되면 평화와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군이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폭력사태가 악화될 경우 “군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며 민간인이 다치면 “결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국 군부의 전격적인 계엄령 선포는 오는 7월로 잠정 결정됐던 재총선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진데다, 잉락 총리 실각 후 시위사태가 한층 격화되면서 정국 불안이 심화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태국에서 군은 주요 정치 세력 중의 하나로, 지난해 말 시작된 반정부 시위 사태가 장기화되자 쿠데타 등 군의 개입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군부는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18차례 쿠데타를 일으키는 등 정치 혼란기마다 전면에 나서 권력구도 재편을 주도해 왔다.

지난 2006년에는 탁신 친나왓 총리(잉락 총리의 오빠)가 국제연합(UN)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사이 쿠데타를 일으켜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2010년에는 친(親) 탁신계 시위대인 ‘레드셔츠’가 2개월 넘게 방콕 시내를 점거하자 강제 해산시킨 전례가 있다.

태국의 군부 최고 실세인 프라윳 찬-오차 육군 참모총장은 ‘정치 불개입’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잉락 총리의 실각과 7월 총선 연기설, 親잉락파와 反잉락파간 시위 격화 등으로 심화된 정국 불안을 막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태국 정치의 전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군의 계엄령 선포가 니와툼롱 분송파이산 과도총리 대행이 이끄는 내각의 승인을 받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의 부인에도 불구, 이번 계엄령 선포가 현 정부를 퇴진시키기 위한 쿠데타에 준한 것이라면 친정부 진영으로부터 큰 반발을 초래하고, 오히려 태국의 정치 위기가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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