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혼자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싼커(散客ㆍ자유여행객)의 한국방문이 늘어나면서 서울의 쇼핑지도가 바뀌고 있다. 깃발을 든 단체여행객들이 명동 등 강북지역에 집중됐다면 싼커들의 소핑영역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4월 30일~5월 2일 노동절 연휴기간에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1234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싼커의 비중은 56%에 달했다. 단체 패키지는 25%에 그쳤다. 이번 국경절 연휴에 한국을 찾은 싼커의 비중도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번 중국의 국경절 기간 동안 강남권 백화점 매출을 보면 싼커의 쇼핑 영역이 어떻게 확대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12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강남에 있는 백화점 매출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77% 급증했다
현대백화점은 29일부터 지난 5일까지 중국인 관련 매출이 지난해 국경절 연휴(10월 1일~7일)보다 45.3% 늘어났다. 특히 강남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매출은 65% 상승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출은 77% 증가했다. ‘쇼핑 1번지’로 불리는 명동 롯데백화점의 매출 증가율 27%를 훌쩍 뛰어 넘었다.
강남 백화점들의 ‘쾌거’는 많은 싼커들이 한국을 방문한 게 원인이지만, 단체 관광객에 비해 씀씀이가 큰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싼커의 1인당 지출경비는 2483 달러 수준. 이는 중국인 단체 여행객과 전체 외국인 관광객보다 각각 19.4%, 31% 많다. 그만큼 쇼핑을 할 때도 1인당 객단가가 높다.
싼커 관광객 짱샹홍(32ㆍ여)씨는 국경절 기간 강남의 한 백화점 명품관을 방문해 총 4억원 어치의 물건을 구매했다. 이중에는 ‘남편선물’을 위해 구입한 3억원 상당의 시계 등 다양한 명품 상품이 포함됐다.
다른 싼커 쉬징징(27ㆍ여) 씨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티파니 매장과 한섬 매장에서 한번에 8000만원 상당의 물건을 구입했다. 그는 “SNS를 통해 가로수길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던 중 현대백화점을 방문하게 됐다”며 “코리아 세일 페스타 정보 등을 알고 있었던 탓에 할인된 가격에 쇼핑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면세점 신규 특허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거대 유통기업들이 면세점 예정지로 강남을 선택하는 것도 싼커의 영향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면세점 신규특허 입찰에 뛰어든 5개 대기업 중 4곳은 싼커들이 자주 찾는 강남에 입지를 선택했다. 롯데면세점은 잠실에 위치한 월드타워, 현대백화점그룹과 HDC신라는 삼성동 코엑스 인근, 신세계면세점은 센트럴시티를 입지로 내세우며 신규 면세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싼커들이 한국방문이 늘고 있는데 반해 관광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관광 문화가 싼커들이 즐기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문화 관광이 아니라 ‘쇼핑관광’ 위주로 꾸며진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재곤 경기대 관광학부 교수는 “한국관광에는 스토리텔링이 없다”며 “싼커들이 많이 찾는 이웃나라인 일본은 이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관광을 즐기려면 무언가 이야기 꺼리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한국 관광은 화장품을 사라, 옷을 사라 등 쇼핑 이야기만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제일기획이 싼커들이 많이 이용하는 여행 애플리케이션 ‘한국지하철’ 앱을 통해 관심 장소 데이터 80만건을 분석한 결과 으뜸으로 뽑은 서울의 관광명소는 홍대거리였다. 이어 남산N서울타워, 북촌 한옥마을, 명동거리 등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장소들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이화 벽화마을(5위), 광장시장 전골목(6위)과 쁘띠프랑스(9위), 동대문 찜질방(15위)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도 많았다. 가볼만한 곳에 대한 정보를 미리 확보하고 여행을 다니는 개인 여행객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다.
이와 관련 이재곤 교수는 “서울의 잘 발달한 지하철을 이용한 ‘서울 트레이’를 개발하거나 도시와 지역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2박3일, 3박4일 ‘싼커 관광 패키지’등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광으로 잘 알려져 있는 도시인 미국의 보스톤을 가면, 지하철을 이용한 스토리텔링 관광 노선인 ‘보스톤 트레이(Boston Tray)’ 등 다양한 관광 상품이 갖춰져 있다”며 “이런 아이템을 벤치마킹하면 많은 싼커들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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