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비좁은 공간에서 자연과 격리된 채 생활
-“소통 단절시키는 획일적 건축물…사회 다양성 훼손”
-“공원ㆍ학교 등 공동체 재건하는 ‘광장’같은 공간 돼야”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어떤 공간 구조를 만드냐에 따라 한 사회의 미래가, 더 나아가 문명이 결정됩니다. 윈스턴 처칠이 말했듯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듭니다. 교도소 같은 학교 건축물, 자연과 단절된 주거공간 등은 한 사람의 생활ㆍ사고 방식을 바꾸고 사회의 변화 방향까지 결정짓습니다. 한국 사회가 ‘어디서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유현준(홍익대 건축학과 부교수ㆍ49) 건축가는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 ‘헤럴드디자인포럼 2018’에서 ‘다양성의 도시’이라는 주제로 연단에 올라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오후 3시 30분부터 40여분 동안 진행된 강의에서 한국 사회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근본적 문제와 통찰을 제시했다.
먼저 그는 변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에 주목했다. 유 건축가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수시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던 마당은 자연과 격리된 거실로 대체되고, 1인 가구가 증가로 이러한 실내 공간마저 비좁은 7~8평의 원룸으로 축소됐다”며 “인간의 두뇌는 변화하는 자연 환경에 적응하도록 설계됐지만, 자연과 괴리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한국 사람들은 변화를 TV, 스마트폰, 게임 등 평면적인 공간에서 찾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 사회는 늘 부족한 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카페, 노래방, PC방, 찜질방 등을 늘려가며 돈을 내고 일정 시간 동안 장소를 빌리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며 “한 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누구든 돈을 내지 않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야 하는데 한국은 공원, 도서관 같은 장소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서울 시내 ‘핫 플레이스’가 실내 쇼핑몰에서 경리단길, 가로수길 등 거리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실외에서 하늘을 보고 햇볕을 쬐고 싶은 인간의 욕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 건축가는 서울과 뉴욕 모두 건축물이 밀집된 유사한 도시지만, 결정적 차이는 공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뉴욕 사람들도 비싼 월세를 내고 비좁은 아파트에 살지만 집 밖으로 나가면 1㎞ 간격, 도보로 13분 거리에 위치한 공원을 골라 다니며 휴식할 수 있다”며 “반면 여의도 공원, 한강 공원 등 서울 공원은 4㎞, 도보로 1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건강한 시민 사회를 위해서 사람들이 자연을 온전히 느끼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청중에게 ‘어떤 학교에서 아이를 키울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유 건축가는 “수십 년 동안 전화기, 자동차, 비행기의 모습이 끝없이 변화했지만 한국 학교 건축물만은 예전 모습 그대로”라며 “담장에 둘러싸인 4~5층 높이의 획일적인 공간은 건축적으로 교도소와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연과 격리된, 소통이 없는 공간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못하는 개인으로 성장하며, 전체주의적 사고에 경도된 사회는 다양성을 잃어버린다”며 “학교 담장을 과감하게 허물고 운동장 주변에 카페, 문방구 등 상점을 배치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 수 있는 광장 같은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 테라스를 만들거나, 옥상을 개방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자연 공간을 되돌려주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유 건축가는 “소통이 단절된 채 양극단으로 치우친 사회는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건축물을 통해 사람들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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