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사회부장]“김 부장, 좀 이상하지 않아요?”
지난주 한 지인에게서 온 전화다. 명색이 사회부장이라고, 뭐 좀 아는게 있는가 싶어 걸었을 게다. 지난주 있었던 2개의 대형이슈에 대한 법정 판결에 대한 질문이었다.
실제 지난주 법원에서는 굵직한 판결이 두개 났다. 하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것이었다. 성격과 내용은 전혀 다른 것이지만, 각각 정치와 재계의 핫이슈였다는 점에서 세간의 시선이 쏠렸다.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위반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이, 이 회장에 대해선 징역 3년의 실형과 벌금 252억원이 선고됐다. 하나는 집유, 다른 하나는 실형이 결론이었다.
당연히 법정 판단을 존중한다. 죄가 있으면 벌이 뒤따라야 하는 법. 몸이 좋지 않은 이 회장에 대해선 삼성의 탄원서 제출도 있고 해서, 집유 가능성도 거론돼 왔지만 재판부 결정은 달랐다. 재판부는 “조세포탈 범죄는 일반 국민의 납세 의식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고 했다. 이 ‘징역3년’은 비리를 용납치 못하겠다는 재판부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같은 사법부의 판단력이 원 전 원장 사건에 대해선 초점이 흐려져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서울중앙지법은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과 트위터 활동이 국정원법위반에는 해당하지만, 선거법 위반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정치 개입은 인정하지만, 선거 개입은 아니라고 했다.
논리가 해괴하다. 이런 판결을 한 재판부는 스스로 ‘명판결’이라고 자부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기자로선 상식적으로 이해를 할 수 없다.
정치는 선거고, 선거는 곧 정치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2012년 대선과 관련해 뜨거운 감자가 돼 왔다는 점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선거’에 있었다. 그런 와중에 ‘정치 개입은 인정하지만 선거 개입은 아니다’라는 이상한 논리가 나왔으니, 재판부의 ‘눈치보기’가 아니었는가 하는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위반 ‘무죄’ 판결로 인해 2012년 대선은 불법이나 부정과 무관한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로 귀결됐다.
재판부는 소신을 갖고 임했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삼척동자도 코웃음을 칠 일이다. 당장 현직 부장판사가 이 판결에 대해 “궤변이며 그래서 법치주의는 죽었다”고 부끄러워한 것은 이를 입증한다. 그 부장판사는 “(원 전 원장에 대한)집행유예 선고 후 어이가 없어서 판결문을 정독했다. 재판장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에 따라 정말 선거개입의 목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지, 헛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혹시 오해가 있을지 몰라 강조하지만, 누구는 집유가 났고 누구는 실형을 살게 됐다고 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사안에 따라, 성격에 따라 재판부의 잣대가 흐트러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기업인에게는 강하게 하고,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정권과 관련된 거물에 대해선 조신(?)하게 움직이는 게 사는법이라고 생각해 한쪽엔 ‘진검’을, 다른 쪽엔 ‘목검’을 구분해 휘두르려는 법정이 아직도 있다면 퇴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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