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리암길릭 개인전
“적어도 직접적인 광주와의 연관성은 없다. 그러나 광주의 아픈 역사가 매일의 삶에 깔려있다는 것을 안다. ‘행복’은 광주에서 내가 찾은 주제이자 던지고 싶은 화두다.”
세계적 명성의 설치미술가 리암길릭(57)의 개인전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워크 라이프 이펙트’(Work Life Effect)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는 코로나시대 더욱 중요해진 일과 삶의 밸런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권에서 최초로 열리는 미술관 개인전으로, 지난 30년간의 주요 작품들을 모았다.
전시장에는 원래 설치됐던 가벽이 모두 사라졌다. 대신 2개의 쇼룸이 들어섰다. ‘워크 라이프 이펙트 스트럭쳐 A, B’로 명명된 두 공간에는 각각 ‘핀스’(Fins), ‘호리존스’(Horizons)시리즈 신작과 스스로 연주하는 피아노가 자리잡았다. 관객들은 이 쇼룸 안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유리가 없는 쇼룸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 공간으로 걸어들아가는 당신을 다른 방문객들이 지켜보고 있게 된다”며 “관객은 작품의 사용자로, 일종의 퍼포머가 된다”고 설명했다.
핀스와 호리존스는 각각 세로와 가로의 긴 막대기다. 주로 유럽에서 많이 쓰는 랄(Ral)컬러 시스템에서 색을 골라 칠했다. 미국의 대표적 미니멀리즘 작가인 도널드 저드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작가는 구조의 핵심만을 골라 미니멀하게 표현한 저드와 달리 현대도시건축에서 기능은 있으나 숨겨야하는 것들을 추상화 했다. 라디에이터의 뒷 그릴이나 냉각 핀, 데이터 서버, 통풍구의 외형 등이 작가가 차용한 대상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많은 도시들의 뒷모습이 너무나 흥미롭다. 툭 튀어나온 캐노피라던가 발코니들은 나름의 절박한 쓸모가 있다. 그러나 또 동시에 즉흥적이다. 입구와 출구의 수도 여러개다. 굉장히 아름다운 장소다.”
쇼룸 바깥엔 네온으로 만든 복잡한 수학 공식이 걸렸다.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UCL)의 학자들이 고안해낸 행복을 구하는 공식이다. 붉고 푸르스름한 네온에 비쳐 벽도 보랏빛으로 또 붉은 빛으로 변했다. 그러나 사실 벽색은 모두 회색으로 동일하다. 회색은 3D로 전시장을 랜더링할때 기본값으로 설정된다. 작가는 회색을 ‘무(無)의 색’이라며 다른 빛을 받아들여 자신을 변화시킨다며 그 ‘관계’가 흥미롭다고 말했다.
두 번째 쇼룸에는 디지털 피아노와 스노우 머신이 자리잡았다. 군사정부에 대항하는 1947년 포르투갈 혁명가였던 ‘그란돌라 빌라 모레나’를 작가가 수 년 전 연주했던 것을 녹음해 계속 연주한다. 스노우 머신에서 계속 떨어지는 검은 눈은 무엇인가 잘못된 어떤 것을 상징한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고도화 됨에 따라 관계에서 형성되는 경험도 변한다. 이것들이 미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가 나의 주 관심사”라는 작가의 설명대로 전시는 ‘관계’와 그 변화에 집중한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많은 이들이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있다. 지친시민들에게 명상을 통한 치유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6월 27일까지. 광주=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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