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건 돼요, 저건 안 돼요? 일일이 물어보기도 민망해 아이 혼자 보내기도 어렵네요. 살 게 없어서 흰 우유만 샀어요.”
초등학교 3학년생과 5학년생 두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7) 씨는 최근 5학년 아들과 함께 편의점에 다녀온 뒤 푸념했다. ‘희망급식바우처’를 쓰려고 갔지만 정작 살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서다.
서울시교육청이 원격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게 급식을 대신해 1인당 10만원씩을 지급해 편의점에서 도시락 등을 먹을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장의 혼란은 열흘 넘게 지속되고 있다.
편의점에서 학교급식과 유사하게 ‘나트륨 함량 1067㎎ 이하, 칼로리 990㎉ 이하, 단백질 11.7g 이상’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지키는 제품만 구매할 수 있지만 수요와 공급이 엇박자를 내기 때문이다.
희망급식바우처 지원 대상은 서울의 전체 초·중·고등학생 85만명의 65%인 56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은 편의점 내에서 극히 일부에 그쳐 대부분은 허탕을 치기 일쑤다. 편의점으로서는 재고 부담 때문에 특정 제품을 많이 들여놓을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살 게 없다”는 불만이 이어지자 서울시교육청은 구매할 수 있는 제품군 추가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급식을 대체한다’는 원래 취지대로 학생들이 건강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도록 칼로리와 단백질, 나트륨 등 세 가지 기준을 지키면서 추가할 수 있는 항목을 추가할 것”이라며 “늘어나는 제품군이 많지는 않겠지만 원래 취지를 살리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생수나 햇반 등이 추가 품목에 들어갈 수 있으며 이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희망급식바우처는 원격수업 장기화에 따라 끼니를 거르는 학생들에게 급식처럼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사용 기간은 5월 20일부터 7월 16일까지로, 이후에는 자동 소멸된다.
취지는 좋지만 각종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살 제품이 많지 않은데 사용 기간이 너무 짧다거나 만 14세 이상 학생이나 학부모의 휴대전화로 지급되는 ‘제로페이’ 모바일 포인트 방식이 불편하다는 지적 등이다.
희망급식바우처는 지난해 서울의 모든 학생에게 지급됐던 ‘학생 식재료 바우처’를 대신에 기획됐다. 당시 친환경 쌀과 농산물 꾸러미, 일부 제품 선택 구매 등으로 구성됐지만 불필요한 식재료가 많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추가되는 제품이 많지는 않을 것이고, 혼란도 쉽사리 사그라지긴 어려워 보인다. 자칫 생수나 햇반만 잔뜩 살 수 있는 ‘생수 바우처’나 ‘햇반 바우처’가 될지도 모른다.
희망급식바우처가 건강한 한 끼에 대한 ‘희망’을 품었던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골칫덩이’가 되지 않도록 묘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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