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사] 검수완박, 검찰개혁인가 부패완판인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사 출신인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면 이른바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 모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그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정권교체 후 검찰 수사를 미리부터 걱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여긴다.

검찰의 수사권 폐지 논쟁은 과거 검찰의 직접 수사에 따른 폐단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것은 맞다. 본래 수사는 범죄 혐의의 유무를 알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찾고자 하는 활동이므로, 이 자체는 중립적인 활동이지만 수사 과정에서 개인의 신체 및 주거의 자유 등에 제한이 초래될 수가 있고 이에 수사는 결국 기소에 이르지 못하면 그 자체로 잘못된 수사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검사가 피의자를 기소하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피의자는 본인에 대한 수사 사실만으로도 명예를 훼손당하는 과거가 있었다. 그 반성의 결과가 검찰의 수사권 폐지 논쟁의 시작이다.

그런데 이런 검찰 수사권 폐지 논쟁의 출발은 원칙적으로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 제한이지, 검찰의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예상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범인에 대한 사법 절차의 진행을 예정하는 수사는 결국 기소와 공소유지에 이르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에 필요한 수사의 정도는 기소와 공소유지를 전담하는 검사에 의해 판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렇게 보지 않는다면 경찰이 기소에 이르기에는 부족한 수사를 하는 경우, 추가 수사의 필요가 있음에도 검사는 직접 수사의 폐단만을 고려해 더 수사를 진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것은 결국 수사를 더 하지 말고 사건을 덮자는 얘기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언젠가부터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허구가 마치 진실처럼 퍼진 뒤에 그 자체로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가 차츰 당연한 일인 것처럼 자리 잡게 됐다.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중 29개국이 헌법이나 법률에 명문으로 검사의 수사권 또는 수사지휘권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는 검사의 수사권이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오히려 판례법과 사인소추제도를 인정하는 영국도 대륙법계 검찰을 모방해 검찰청과 중대범죄수사청 등의 검찰기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경찰에게 독점적인 수사권한을 부여하는 경우, 행정부에 의해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가능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어 법원의 절차 이전에 법률전문가이자 준사법기관인 검사에 의한 수사 통제가 필요하다는 반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수완박’은 국가의 반부패 대응 역량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경찰에 대한 사법 통제를 미루는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이번 ‘검수완박’ 입법 논의가 특정 세력의 보위를 위한 것임에도 검찰개혁으로 포장돼 졸속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김연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