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밀매 40대 목졸라 숨지게해…비무장 상태…과잉대응 도마에
미국 뉴욕 길거리에서 불법으로 낱개 담배를 팔던 흑인을 체포하다가 목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에게 미국 대배심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비무장 흑인소년을 사살한 미주리 주 퍼거슨의 백인 경찰관 대런 윌슨이 불기소되면서 미국 전국으로 번진 항의시위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과 워싱턴포스터(WP) 등 주요 외신은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 대배심이 스태튼아일랜드의 거리에서 지난 7월17일 흑인 에릭 가너(43)를 담배 밀매 혐의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조르기(chokehold)’를 하다가 숨지게 한 백인 경관 대니얼 판탈레오를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대배심은 체포시 동영상 분석,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 증언 청취 등 3개월 간의 조사를 거쳐 표결을 실시했고, 이날 판탈레오 경관에게는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판탈레오 경관은 이날 개인 입장 발표를 통해 “누군가를 해치는 것은 절대로 나의 의도가 아니었다”며 “나와 가족은 가너와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그들이 나의 애도를 받아주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가너의 변호인인 조너선 C.무어는 연방 검찰이 이번 사건을 계속 조사할 것을 촉구하면서, 시민들이 대배심의 결정에 대한 공분을 평화적인 방식으로 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동영상에 따르면, 가너는 경찰의 단속에 걸리자 처음에는 자신의 몸에 손을 대지 말라면서, 경찰관 2명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채 대치했다.
그러나 수 초 후, 한 경찰관이 가너의 뒤쪽에서 자신의 두 팔로 가너의 목을 감싸는 형태로 졸랐고, 이어 다른 경찰관들이 합세하며 그를 바닥에 넘어뜨렸다.
천식 환자였던 가너가 “숨을 쉴 수가 없다”고 계속 고통을 호소했지만, 경찰관들은 아랑곳없이 그를 제압하며 수갑을 채웠다. 경찰관 한 명이 그의 머리를 짓누르는 장면도 포착됐다.
수갑이 채워진 가너는 그러나 길바닥에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곧바로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뉴욕 시경은 이 같은 목조르기 기법을 금지하고 있어 가너의 죽음은 경범죄자에 대한 경찰의 과잉대응이라는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뉴욕 검시관이 “목을 조른 것이 가너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소견을 내면서 비판 여론이 비등했지만, 뉴욕 경찰 노동조합과 판탈레오의 변호인단은 정당한공권력 집행이었다고 맞서 논란이 됐다.
이번 대배심의 결정은 ‘퍼거슨 소요사태’를 불러일으킨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카운티 대배심의 결정 후 불과 열흘만에 나온 것으로, 최종 발표시 미국 내에서 불붙은 인종갈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무장 흑인에 대한 백인 경관의 경찰력 집행이라는 유사점이 있어 이미 전국으로 확산된 항의 시위가 뉴욕에서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종갈등 재점화 기폭제 되나= CNN방송은 뉴욕 대배심이 이같이 결정하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담배 불법 판매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백인 경관 대니얼 판탈레오에 목조르기를 당해 사망한 흑인 에릭 가너의 사건이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발생한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청년 총격 사망사건과 유사해 분노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가너의 부인인 에스와는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면서 “남편을 위해 정의를 찾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을 함께 보냈어야 했는데 이제 그럴 수 없게 됐다”면서 “경찰이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뉴욕 대배심의 결정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맨해튼 곳곳에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록펠러센터의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행사 근처에 집결한 시민들은 타임스퀘어, 유니언스퀘어 등지로 평화 가두행진을 하는 중이다.
이들은 가너가 경찰 체포 과정에서 “숨쉴 수 없다”고 호소한 걸 빗대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인종차별적 경찰은 사라져야 한다” “정의와 평화는 사라졌다” 등의 구호도 반복되고 있다.
3일 밤 시위 인파가 몰리면서 컬럼버스서클 등지는 한때 출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워싱턴DC, 오클랜드 등 다른 도시에서도 대배심 반대 시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뉴욕경찰, 첫 보디캠 착용= 한편, 뉴욕 경찰(NYPD)은 최근 잇단 백인경관의 공권력 남용 의혹을 원천 방지를 위해 ‘보디캠’(옷에 부착하는 카메라)을 도입하기로 해 주목된다.
미국 최대 경찰조직인 뉴욕시 경찰은 이번주부터 ‘보디캠’을 3개월간 시범적으로 도입한다고 AFP, 블룸버그통신 등이 4일 보도했다.
작고 납작한 모양의 ‘보디캠’은 소형무선호출기처럼 보이며, 조끼 등 상의에 부착할 수 있다.
이 보디캠은 차량 블랙박스처럼 사건 상황을 녹화, 저장한다. ‘퍼거슨 사태’ 이후 미국에선 경찰이 공무 집행 도중 민간인을 죽인 사건의 진실을 가리기 위해 보디캠 도입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뉴욕 시경은 이 날 트위터 계정에 “NYPD 보디 카메라 프로그램은 경찰과 지역민간의 신뢰를 쌓게 할 것이다”고 밝혔다.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진정한 투명성과 책임을 창출하는 방법이자, 경찰과 지역사회가 더 가까워지는 방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 시경은 총 5만달러를 들여 보디캠 54대를 구입했다. 이 보디캠은 5개 자치구의 6개 관할구역 각 9명의 경찰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지정 관할구역은 정지 신체 수색이 빈번한 도로를 중심으로 정해졌다.
이 날 기자간담회에서 빌 브랜튼 뉴욕시경국장은 이 카메라가 녹화한 영상자료를 저장하는 비용은 월 100달러라고 밝혔다.
뉴욕시가 폭력, 오인 체포, 시민권 침해 등 경찰의 행동과 관련해 발생한 비용은 201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2억1200만달러(2367억원)에 이른다.
빌 브래튼 뉴욕시경 국장은 LA시경(LAPD)에서 근무하던 시절인 2005년과 2006년 영국 런던시경과 보디캠과 관련해 협의한 적이 있다면서 “경찰과 시민의 행동에서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디오가 있으면 불만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일 보디캠 5만대 도입을 위해 7500만달러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한지숙ㆍ강승연 기자/
test100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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