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현(정치학 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박찬현(정치학 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헤럴드경제 시티팀 = 박찬현 칼럼니스트]지난 14일 옆 나라 일본에서 치러진 중의원 선거는 집권당인 자민당 연합이 절대과반인 2/3석(475석 중 317석)을 얻는 결과로 끝났다. 단독 개헌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베(安倍晋三)로 대표되는 일본 우경화의 바람이 더욱 공고히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기까지는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바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시사점이 하나 있다.바로 훗카이도(北海道) 비례구에 입후보한 ‘지지정당 없다’(支持政党なし, 이하 ‘없당’)는 정당의 선전이다. ‘없당’의 활약은 놀랍다. 일본의 선거제도 하에서 당선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지난 7월에 창당한 후 5개월 만의 선거에서 10만 표(4.2%)를 득표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일본 정치사에서도 이 정도의 득표율은 단순히 정치혐오를 갖는 유권자의 선택이라고만 치부하기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일각에선 지지 후보의 기호 대신 이름이나 정당명을 기입하는 일본 선거의 특징 때문이라거나, 일본 전체가 아닌 한 지역(‘없당’의 대표 히데미쓰는 이전에도 ‘안락사당’, ‘신당본질’ 등을 만들어 훗카이도에서 출마한 바 있다)의 특이한 결과라거나, 이미 다른 국가에서도 ‘뽑고 싶은 사람이 없다’(No Candidate Deserves My Vote) 같은 정당이 존재했고, 더 나아가 ‘섹스당’, ‘콜라당’, ‘UFO당’과 같은 이색 정당이 정치혐오에 편승해 등장했던 경험에서 ‘없당’의 선전 역시 정치적 해프닝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한 때 우리나라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음에도 겨우 0.4%의 득표(제17대 대선)에 그친 ‘허경영’ 해프닝과 비교한다면 일본 ‘없당’이 기록한 4.2%의 득표율은 단순히 웃어넘길 수치는 아닌 것 같다.정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개인들이란 주변 여론에서 고립되지 않으려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즉, 자신의 의견이 주변 여론과 비교해 지배적이면 공개적으로 표명하지만 그렇지 못한 열세적 위치에서는 고립의 두려움 때문에 장막 뒤로 숨거나 지배적 여론에 편승한다는 것이다. 평상시 여론조사에서 30% 전후를 보이는 무당파 유권자가 실제 선거에서는 기권하거나 기성 정당에 투표하는 행태를 보여 온 점이 앞선 이론을 잘 설명해준다. 그럼에도 한국정치사에의 무당파가 차지하는 비율, 그리고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제3후보에 대한 기대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기반한다. 가장 최근의 ‘안철수 현상’ 역시 이러한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다. 단지 우리 유권자들이 언제까지 장막 뒤에 숨거나 지배적 여론에 편승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우리 국회도 최근 들어 본회의장에서의 주먹다짐과 같은 꼴불견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화요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막말을 해댔다. 조금 더 앞으로 장면을 돌리면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 한 정부 부처의 차관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여야의 싸움으로 몰고 가야’ 한다는 기발한 쪽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두 사건이 공히 다르긴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이 누적될수록 우리 유권자들 역시 한국판 ‘없당’을 찾게 될 것이다. 특히 일본보다 더 열성적인 한국 사람들의 성향을 볼 때 한국판 ‘없당’은 일본에서처럼 단순한 미풍으로 그치진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판 ‘없당’에 대해 위기를 느끼는 정치인이 있기는 한 걸까? ‘없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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