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53년만에 ‘적과의 동침’을 선언한 미국과 쿠바 간 화해무드가 심상찮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와 국교정상화를 선언한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양국 간의 관계가 급속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여러 제재조치가 해제되면 쿠바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긍정적일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자칫 쿠바가 푸에르토리코와 같이 자치령 수준의 국가로 전락할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더그 오버헬먼 캐터필러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에 출연, “몇 년 안에 쿠바가 푸에르토리코처럼 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쿠바가 52번째 주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에 사는 많은 쿠바인들이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자치령으로 국가원수도 미국 대통령이고 통화도 미 달러화를 사용한다. 미국으로의 주 편입 움직임도 있어, 오버헬먼은 이를 두고 51번째 주라고 여긴 것이다.
쿠바와의 국교정상화와 무역제재 완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2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이 쿠바에 대한 무역제재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이들이 41%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번 설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에 대한 무역 및 여행 제재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직후인 지난 18~22일 진행됐으며 이전 7~10월 조사에서는 이보다 낮은 37%의 응답률을 보인 바 있다.
반면 제재 완화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이들은 38%에서 34%로 감소해 제재 완화가 더욱 긍정적인 쪽으로 해석됐다.
미국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1~10월) 미국의 대(對)쿠바 무역규모는 2억6000만달러로 수입이 전혀 없고 수출뿐인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역제재가 완화될 경우 쿠바의 대미 수출이 지금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대국 미국의 그늘에서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아지면 현 쿠바 정권과 체제의 변화 가능성도 높아진다. 때문에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같은 ‘식민지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쿠바의 사회주의 체제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20일 인민권력국가회의 정례회의에서 “우리가 미국에 정치체제를 바꾸라고 하지 않았던 것처럼 미국도 우리 체제를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관계 개선을 위해 국가의 근간이 되는 사상을 흔들지는 않겠다는 의지다.
한편 무역제재 완화는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있고,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 발동으로 이를 해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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