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1. A씨는 지난 2011년 약 7800만원을 허공으로 날렸다. N국제결혼업체에 7800만원을 주고 1년간 맞선 계약을 했지만 결혼에 성공하지 못한 것. A씨가 첫번째 소개받은 여성은 B형간염에 걸려 병원 치료 중인 여성이었고, 1년이 지난 6월 소개받은 중국 여성은 낙태수술을 하느라 한국에 오지 못했다. 하지만 A씨는 맞선이 진행되는 동안 N업체로부터 상대의 건강상태에 대한 어떤 정보도 제공받지 못했다.
#2. B씨는 지난 2012년 9월 진주의 한 결혼정보업체에 22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하고 맞선 계약을 맺었다. 이후 업체 측은 “현지의 서류가 도착하면 맺어줄테니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고 B씨는 그 해 12월 께 해당 업체가 폐업했음을 알았다. B씨는 본사에 전화해 구제를 요청했으나 본사 측은 “진주지사에서 사고 친 것을 왜 본사에 말하느냐”며 발뺌해 B씨를 황당하게 했다. 최근 국제결혼 중개업체들로 인한 한국 남성들의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업체들이 수천만원 대의 계약금을 받고도 정보를 은폐하거나 왜곡해 내국인 남성들이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받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 혼기를 놓친 학교 교직원에서 30대 초반의 서울 거주자까지 피해자의 범주도 다양해져 주의가 요구된다.
판례에 따르면 국제결혼을 중개하는 업체는 “신부를 입국시켜 신랑에 인계하고, 신부와 신랑이 실질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것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내국인 남성의 국제결혼 피해실태와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업체들은 1000만~ 2000만원의 계약금을 받은 후 허위 정보를 제공하거나 맞선만 성사시키고는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나몰라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지난 2012년에서 2013년 중반까지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국제결혼 중개업체 서비스 불만상담은 833건으로 전체의 약 20%에 이르는 166건은 ‘본인의 변심으로 인한 계약 해지시 환급을 거부하거나 위약금을 부과’하는 데 불만을 제기했으며 18%에 해당하는 156건은 ‘업체의 과실로 계약을 해지할 때 환급문제’로 상담을 진행했다. 중개업체의 비용처리 문제나 허위정보 제공에 의한 문제도 143건으로 약 16%에 달했다. 또한 중개업체가 입국 수속처리를 지연하거나 폐업ㆍ연락두절되는 사례도 약 5%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행법으로 한국인 남성들이 구제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 비자기본법에 의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계약 체결 후 국제결혼 행사 일정이 확정된 이후 국제결혼 상대국가로 출국하기 전에 해지하면 총 비용의 20%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출국 이후 맞선을 보기 전에는 40%, 맞선 이후 해지할 경우에는 50%를 소비자가 부담하며, 상대국가에서 결혼이 성사된 이후에 해지하면 90%, 국내에 입국한 이후 해지하면 전액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대다수의 국제결혼이 현지에서 결혼식을 하고 귀국하는만큼 계약비를 환급받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법조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제결혼중개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약 1억 원의 자본금을 갖추고 등록을 해야 하지만 실제로 대다수는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어 신고하는 등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양 당사자의 신상정보를 더욱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운영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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