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의 暗

궂은 청소는 야간 총무의 몫…임금·근로조건 등 사각지대에

새벽 6시30분. 여성전용 고시원에서 ‘야간 총무’일을 맡아보며 한의대 입시를 준비중인 이원준(34ㆍ가명) 씨는 2~6층 순찰로 고단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화장실을 청소하고 복도 물통을 교환하는 일도 이 씨의 몫이다.

4년간 대기업 반도체 회사에 다니던 이 씨가 한의대를 가고 싶다는 마음에 이 고시원을 찾은 것은 작년초다.

이 곳에서 일을 하며 늦깎이 수능공부를 시작한 이 씨는 작년말 수능에서 목표로 했던 한의대 진학에 실패했다. 지난 1년 여 간 ‘고시원 야간 총무’로 일하고 있는 이씨가 받는 월급은 51만 원이다. 이렇게 일과 공부를 병행하던 중 지난 해 우연히 자신이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고 사실상 ‘하루종일’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야간 총무’인 이씨는 근무 외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민원처리나 입실문의를 받기 위해 사무실에서 ‘공부하면서 대기해야 하는’시간이라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당연히 온전히 공부에 집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데 최저임금을 다 받으려고 하느냐”는 말을 수시로 내뱉는 사장에게 문제 제기를 하기는 어려웠다.

이 씨는 “시도때도 없이 생기는 민원 때문에 공부하는 시간도 일하는 시간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모든 고시원 총무 자리가 다 비슷한 조건이라 다른 고시원 가서 면접을 볼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사장은 51만 원 월급을 맞추기 위해 하루 8시간 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줄여 계약서를 쓰도록 하기도 했지만, 숙식을 공짜로 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마저도 감수해야 했다.

알바노조 등에 따르면 이같은 노동환경은 모두 불법이다. 숙식 제공여부와 관계없이 최저임금은 지급해야 하며, 계약서상 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도 일치해야 한다.

최근 이 씨는 함께 일했던 고시원 총무와 함께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 부당했던 노동환경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서지혜 기자/gye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