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자영 기자]“워싱턴 D.C는 항상 권력이 부(富)를 압도해왔지만, 재물에 대한 강렬한 추구가 워싱턴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
미국 수도 워싱턴으로 돈이 흘러들고 있다.
25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000~20011년 동안 미국의 지역별 상위 1% 부자 비중 변화를 보면 워싱턴이 0.8% 증가해 주요 10대도시중 1위를 기록했다.
미국 통계국의 ‘2012년 도시별 중위가구 소득 수준’ 자료에서도 워싱턴이 8만 6680달러를 기록, 미국의 대표적인 부자도시인 산호세와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에 앞서고 있다.
WP는 맥빠진 행정수도에서 역동적인 경제 도시로 떠오르고 있는 ‘뉴 워싱턴’을 재조명하며 “공공부문 고용 증가와 로비(lobby)의 발달로 도시에 돈이 흘러넘치고 있고, 이를 좇아 변호사와 회계사, 기업가들이 몰려들면서 워싱턴이 ‘두뇌’와 ‘돈’을 동시에 갖춘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방정부 관련 비즈니스 붐=워싱턴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연일 정부의 용역계약 입찰에서 승리하도록 도와주겠다는 전략컨설팅 업체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정부부처 앞 음식점 테이블보에는 관료들에게 ‘6자리 숫자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약속하는 외주업체들의 스카웃 광고가 가득하다. 국가안전보장국(NSA) 앞 한 식당의 테이블보 광고는 2014년까지 예약이 완료됐다.
‘뉴 워싱턴’을 만든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정부의 외주용역(service contract) 증가다. 지난 10년동안 하드웨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출은 줄어든 반면 용역계약 지출액은 3배 급증했다.
특히 9.11 이후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루면서 엄청난 세금이 워싱턴 지역에 흘러들어왔다. 그 중 많은 금액이 외주업체와 계약을 맺는데 쓰였고, 2010년까지 정부는 ITㆍ경비ㆍ연구 등 각종 용역 계약으로 연간 800억 달러를 지출했다.
2010년 공화당 의원인 제임스P.모랜 의원의 선거구인 북 버지니아에 위치한 기업들이 따낸 연방정부 계약만 430억 달러에 달했다.
돈이 넘쳐나는 외주용역을 따내기 위한 인재들의 쏠림현상도 심해졌다. 경제정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워싱턴 지역의 1% 이상이 변호사나 기업 임원, 컨설턴트, IT업계 종사자였다.
또한, 10가구 중 1가구 이상이 정부와 관련된 업무를 맡았다.
정부와 인맥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관료들의 수혜 범위도 넓어졌다.
WP는 “워싱턴이 어느 시대나 이득을 챙겨왔던 전 국회의원, 정당 법률고문, 군장성 뿐 아니라 일반 관료, 회계원, 참모장교도 갑자기 부자가 될 수 있는 곳이 됐다”고 평가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로비(lobby)’의 힘= 워싱턴의 부가 증가하게 된 또 다른 이유로는 ‘로비의 힘’이 꼽힌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합법적인 절차로 로비가 가능하다.
사회학자 리 드루트먼의 저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 기업들이 로비에 쏟은 금액은 연간 35억달러에 달한다. 이전 10년보다 1.9배가 늘어난 규모다.
부시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유명 로비스트 브렌다 베커는 “기업활동에 있어 정부와의 관계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경영대학 필수과목으로 ‘로비’를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사회에서 로비의 중요성이 커지기 시작한 시점은 1990년 대 중반부터다. 친기업정서의 의회가 들어서며 산업계는 로비의 효과를 톡톡히 맛봤다. 이들의 주장 덕에 중국에 항구적 정상무역관계(MFN)를 부여하는 무역법안이 통과했고, 통신업의 규제가 완화되는 등 굵직한 이슈들이 업계에 유리하게 재편되면서 기업들에 떼돈을 벌어다줬다. 미국에서 가장 로비를 많이 하는 50개 기업의 지난해 주가는 평균치보다 30%나 높았다. 당연히 ‘적게 잃고 크게 얻는’ 기업들의 선택은 점차 증가했고 큰 돈이 워싱턴에 쌓여갔다.
점차 복잡해지는 산업 규제와 함께 로비와 관련한 법률 서비스 시장도 증가했는데, 워싱턴의 변호사 수는 2000~20012년 사이 세 배가 증가해 국가 전체 평균인 두 배를 훨씬 웃돌았다.
▶뉴 워싱턴의 미래=기업로비를 통해 외부의 돈이 유입되고, 세금 및 풍부한 재원을 바탕으로 내부 고용이 창출되면서 ‘뉴 워싱턴’은 지난 10년간 머니파워를 공고히 했다. 고루한 수도는 비즈니스 활력이 넘치는 신 시가지로 탈바꿈했다.
한편에서는 워싱턴이 이러한 활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 예산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력으로 무장한 산업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과거와 비교해 ‘용역 계약’ 붐이 꺼지는 추세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워싱턴은 미국에서 가장 벤처자본이 활발한 지역 중 한 곳이고, 기업의 탄생과 죽음이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뉴 프론티어’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열악하기로 악명 높은 워싱턴의 지옥철에는 변호사, 회계사, CEO, 계약업자 등 부를 좇는 이 나라 최고의 두뇌들로 가득하다고 WP는 전했다.
nointerst@heraldcorp.com
<그래픽>미국 상위 1%부자들의 지역별 비중 변화추이
미국 지역별 상위 1%부자들의 비중 변화(증감률)
[지역] [2000~2011년 상위 1%의 비중 변화]
1. 워싱턴 D.C + 0.8%
2. 샌 프란시스코 + 0.4%
3.필라델피아 + 0.4%
4. 산 호세 + 0.3%
5. 보스톤 + 0.3%
6. 로스 앤젤러스 + 0.3%
7. 휴스톤 + 0.3%
8. 시카고 + 0.2%
9. 뉴욕 - 0.3%
10. 브리지포트 - 2.3%
출처: 워싱턴포스트(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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