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힘보다 더 큰 한류의 가치
콘텐츠 수출액 매년 증가 2008년엔 수입액 추월 서비스 · 제조분야 중견중소기업 52% “한류확산이 매출상승에 실질적 도움”
국가브랜드 제고 · 제품 호감도 상승 효과 日 · 中 이어 유럽 · 북미진출도 가속화
지난 2008년 대한민국의 콘텐츠산업 수출액이 수입액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2008년 23억3800만달러였던 콘텐츠 수출액은 2009년 26억400만 달러, 2010년 32억2600만 달러, 2011년 41억5900만달러로 점점 그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으며, 수출입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콘텐츠 수출액과 수입액의 역전은 K-팝(Pop)으로 대표되는 한류의 세계적인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이 같은 K-팝의 인기 상승은 한국의 국가 브랜드 제고와 제품의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의 매출 증대와 해외시장 개척에도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서비스ㆍ제조분야 중견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류의 경제효과와 우리 기업의 활용 실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1.9%가 한류의 확산이 기업 매출 상승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화(86.7%), 관광(85.7%), 유통(75.5%) 등 서비스 업종에서 긍정적인 답변의 비율이 높았다. 제조업에선 식품(45.2%), 전자(43.3%), 화장품(35.5%), 자동차(28.1%), 의류(23.3%) 순으로 매출 상승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한류 콘텐츠 중에서도 K-팝은 수출액 대비 국가 브랜드 제고에 미치는 효과가 높은 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8월에 발간한 ‘2012 콘텐츠 산업백서’에 따르면 2011년 음악산업의 수출액은 1억9611만달러로 전년 대비 135.5%,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15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액의 상승폭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절반 이상(55%)을 차지하는 게임(22억1200만달러)에 비해 매우 적은 규모다. 그러나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수출중소기업의 한류 활용 마케팅 현황’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132개사 중 24개사(18.3%)가 수출 증대에 영향을 준 콘텐츠로 K-팝을 꼽았다. 게임이라고 응답한 비율을 1개사(0.8%)에 불과했다.
K-팝 한류의 확산은 점차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2011년 기준 전체 K-팝 수출액의 80.5%(1억5793만달러)를 차지했던 일본에선 휴대폰, 화장품 등의 품목 수출이 확대됐다.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2006년 9억7000만달러였던 휴대폰 수출액은 2010년 13억7000만달러로 늘어났다. 화장품 수출액은 2007년 4200만달러에서 2010년 9470만달러로 두 배로 뛰었다. 중국에서도 K-팝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2008년 이후 휴대폰, 전기밥솥, 텔레비전,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화장품의 수출액이 급상승했다. 특히 국산 화장품의 중국 수출액은 2008년 1억850만달러에서 2010년 3억3680만달러로 약 3배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아시아 시장의 여세를 몰아 K-팝의 유럽 및 북미시장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009년 29만달러에 불과했던 K-팝의 유럽 수출액은 2010년 39만달러, 2011년 463만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1069.7%의 증가율을 보였다. 북미시장 수출액 역시 2009년 35만달러, 2010년 43만2000달러, 2011년 58만7000달러로 꾸준한 상승세다. 또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인터넷 서비스의 발달로 과거 일본 문화에만 익숙했던 유럽과 북미의 아시아 대중문화 시장에 한국의 입지가 확장되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의 빌보드 차트 점령은 이 같은 한국의 입지 확장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영미권의 팝 음악을 넘어설 수 없는 벽이자 이상향으로 바라봤던 K-팝은 다원화된 세계 대중문화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며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