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일제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가 최근 국내외 곳곳에 빈번하게 출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나라 역사 교육의 부재, 그리고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가 합쳐지면서 이런 일을 잦아지고 있다”며 “유럽ㆍ미국 등 동아시아의 역사적 맥락을 잘 알지 못하는 서양인들에게 욱일승천기가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똑같은 전범기임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안산밸리록페스티벌’에선 미국 일레트로닉 뮤지션 ‘스크릴렉스’가 자신의 곡 ‘Kyoto’ 공연 도중 일본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화면이 약 3초간 비춰져 일부 관객들이 불쾌감에 자리를 떠난 일이 발생했다. 동아시안컵 경기에 등장한 일본 팬의 깃발을 포함해 모 대학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욱일기 문양을 배경으로 나치식 경례를 하는 사진, 모 아이돌 그룹의 욱일기 모자, 미국 토니상 시상식의 무대 배경 논란 등 유사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이원우 박사는 “전쟁의 상징인 천황이 면죄부를 받는 등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처럼 전쟁 범죄에 대한 명확한 청산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큰 문제의식 없이 욱일기를 사용하는 역사적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요즘 한국 학생들은 역사 교육 부재와 함께 인터넷을 통해 맥락 없이 지식을 습득하는 경향이 있고, 서양인들은 아시아 국가의 전범기 모양까지 알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일본인들이 스포츠 경기에서 욱일기를 사용하는 일이 잦아지는 건 아베 정권의 급격한 우경화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서양의 경우 언더그라운드 밴드 등이 전범기인 줄 모르고 욱일기 디자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국제적으로 욱일기가 전범기임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삼헌 건국대 일어교육과 교수는 “1990년대 이후 경제적 불안 등으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네오내셔널리즘’이 많이 보급돼 그 상징으로 욱일기가 사용되는 측면이 있다. 일본 내에서도 욱일기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