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작품부터 흥행열풍…허정 ‘숨바꼭질’ 감독
한국영화계 또 한 명의 괴물신인 엿새 만에 261만명 흥행순위 1위
“이렇게까지 관객들이 많이 볼 줄 미처 예상 못했습니다. ‘괴담’은 우리 사회의 무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불안감을 그리려 했죠.”
한국 영화계에 또 한 명의 ‘괴물 신인’이 나타났다. 첫 장편 영화 ‘숨바꼭질’로 흥행 열풍을 일으킨 허정(32) 감독이다.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과 함께 최근 한국영화가 발굴한, 재능과 야심으로 똘똘 뭉친 차세대 유망주로 꼽힌다. 지난 14일 개봉한 ‘숨바꼭질’은 19일까지 엿새 만에 261만명을 돌파하며 쟁쟁한 대작과 화제작 틈바구니에서 줄곧 흥행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허 감독은 “3년 전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녔던 각종 괴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집집마다 문 앞에 이상한 표식이 있다’ ‘우리 집에 누군가 숨어 살고 있다’는 등의 흉흉한 소문이다. 허 감독은 “끊임없이 신도시와 새 아파트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이사를 자주 다닐 수밖에 없으니 집, 아파트라는 공간에 대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며 “괴담 속에 반영된 공통의 불안감이 영화의 출발이 됐다”고 말했다. ‘숨바꼭질’은 고급 아파트에서 가족과 단란하게 살던 상류층의 한 남자가 평생 의절했던 형을 찾아 나서면서 맞부딪치게 되는 괴이한 사건을 그렸다. 주인공(손현주 분) 형의 자취를 찾고자 갔던 낡은 주택가에서 집집마다 현관에 표시된 이상한 기호를 발견하면서 아파트의 각 가정을 위협하는 정체 모를 존재를 느끼게 된다. 유령 같은 상대는 마침내 주인공의 아파트까지 침입해 가족들을 위험과 공포에 몰아넣는다. 형과 주인공 간의 비밀스러운 과거로 시작해 우리 사회 부와 신분의 상징인 집에 대한 탐욕으로 끌고 가는 이야기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호흡이 관객들로부터 대단한 호평을 이끌고 있다.
“자기 것을 잃을까 불안해하는 심리,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더 높은 곳, 더 좋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이 부닥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죠.”
허 감독은 영문과 전공으로 대학을 다니다가 군 제대 후 진로를 바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과 한국영화아카데미를 통해 영화계에 입문했다. 순해보이는 인상에 눌변에 가깝지만 작품에 대한 집념만은 누구 못지않다.
허 감독은 “아직 다음 작품은 고민 중”이라며 “많은 존경하는 감독과 작품이 있지만, 봉준호 감독같이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추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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