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불황에 책임경영 부담 단순 사회공헌 치부도 한몫 정부도 “권고 쉽지 않다”뒷짐 전문가들 “CSR는 세계적 추세” 시행령 도입땐 동참 확산 기대

지난해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경영은 ‘창조경제’만큼이나 뜨거운 감자였다. 이른바 대기업만의 책임으로 여겨졌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소기업계로 확산되면서 ‘중소기업형’ CSR에 대한 각종 토론ㆍ세미나들이 줄을 이었다. 그에 힘입어 중소기업 CSR 관련 ‘중소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현재 시행령 개정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흥행’이 무색하리만치 최근 중소기업 CSR가 잠잠해졌다. 앞다퉈 열리던 CSR 관련 토론도 올 들어 자취를 감췄다.

14일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권이 바뀌면서 예산 결의가 늦어진 데다 한국에서 중소기업 CSR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이미 그림이 잡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안 중소기업 CSR 관련 시행령이 개정되면 이를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란 설명이다. 중소기업 CSR 관련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활발히 논의가 진행됐고 제도화 단계를 거치면서 잠정적으로는 중소기업 CSR에 대한 대략적인 공감대가 생긴 것으로 이해된다”며 “(시행령 통과 이후) CSR 지원 센터가 생기면 홍보와 더불어서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른 컨설팅도 활발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중소기업 대표(53ㆍ일반제조업)는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책임 경영까지 하라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당국의 한 관계자도 “돈 벌어 월급주기도 바쁜 중소기업에 단순히 CSR를 강화하라고 권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소기업 CSR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를 ‘사회공헌’으로만 이해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도 문제다. CSR를 비용이 아닌 ‘경영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인식변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CSR는 비용이 들어가서 누구를 돕고하는 게 아니다. 임직원에 대한 부분, 환경에 대한 부분, 노동에 대한 부분 등 세부 항목을 보면 기업이라면 마땅히 해야할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단순히 비용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CSR가 곧 기업이익 증대로 돌아온다는 것이 여러 사례로 증명됐지만, 아직도 그 필요성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현재 중소기업의 CSR는 책임 경영이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음에 따라 수출업체들이 필요에 의해 시작하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규모가 중견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CSR에 대한 움직임이 향후 내수 중심의 기업 혹은 중소업체들까지 확산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기업청 한 관계자는 “CSR는 무엇보다 자발적인 시장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역할은 기반을 마련한 후에 뒤로 물러나는 것”이라며 “시행령이 통과되면 현재 수출기업 중심의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