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정신질환에 시달리다가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묻지마 범죄’를 지은 이라고 해서 함부로 치료감호시설에 강제 수용하거나 전자발찌를 채워서는 안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임성근)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33) 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면서도 검찰의 치료감호 및 전자발찌 부착 청구는 기각했다고 24일 밝혔다.
정신분열증을 앓던 A 씨는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초등학생과 40대 남성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등을 찔려 큰 상처를 입었다. A 씨는 “피해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에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단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 나를 괴롭히던 환청이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1심은 A 씨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 1명과 합의한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대신 보호관찰과 함께 치료감호 및 전자발찌 부착을 명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치료감호소의 치료가 필요없고 재범의 위험성이 낮아 전자발찌 부착도 부당하다는 A 씨 항소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 씨의 성장과정과 가족관계, 현재의 주변 환경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신질환에 대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치료감호와 전자발찌 부착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A 씨가 고교를 자퇴한 뒤 아버지의 암투병으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내성적으로 변해가다 정신질환을 얻게 된 점, 현재 가족들의 도움으로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해 별다른 정신질환 증세를 겪고 있지 않은 점, 향후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고립된 생활을 마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고려됐다.
재판부는 “매우 내성적인 A 씨가 전자발찌를 부착할 경우 가족적ㆍ사회적 유대관계 회복에 어려움을 겪어 오히려 정신질환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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