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최태원(54) SK그룹 회장이 징역 4년을 확정 선고받았다. 동생인 최재원(51) 수석부회장 역시 징역 3년6월이 확정됐다. 1990년대 이후 국내 10대 재벌 그룹 총수가 실형을 확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7일 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 회장과 최 부회장에 대해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범인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원심이 확정됐다.

최 회장이 최종 유죄로 인정받은 혐의는 항소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SK 횡령 사건의 공범인 김원홍 전 SK 해운 고문의 투자 권유를 받은 최 부회장이 김 전 대표에게 자금 조달을 요청했고, 최 회장이 김 전 대표의 요청대로 계열사 펀드 출자금을 선지급하도록 승낙, 450억원을 김 전 고문에게 송금하는 방식으로 횡령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최초 공소사실보다 김 전 고문이 범행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각했다. 당초 검찰은 최 회장 형제가 기존 채무 변제를 위해 김 전 대표와 공모한 범행으로 봤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SK그룹 계열사의 펀드출자 및 선지급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나, 선지급된 출자금이 김 전 고문에게 송금된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김 전 고문과 김 전 대표가 최 회장 형제 모르게 펀드 출자금을 유용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최 회장 형제가 SK 횡령 사건에 공모ㆍ가담한 사실을 원심과 같이 인정했다. 원심은 펀드 출자가 갑작스럽게 결정되고 펀드가 결성되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선지급된 점, 김 전 고문에게 송금할 투자위탁금이 아니라면 최 회장 형제가 펀드출자 및 선지급을 허락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점, 김 전 고문에게 송금된 돈을 나중에 최 회장 형제가 대출을 받아 메꾼 점 등을 들어 최 회장 형제의 공모 혐의를 인정했다.

최 회장 측은 김 전 고문을 횡령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그에 대한 신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신문하는 것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바람직한 조치였다고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김 전 고문을 신문하지 않은 원심의 조치가 증거채택에 관한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까지 평가할 수는 없으므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의 회장인 최태원, 부회장인 최재원이 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유용한 행위 등에 대하여 엄정한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횡령 사건을 주도한 김 전 고문은 SK 횡령 사건의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했다가 최 회장의 항소심 선고 직전 국내로 송환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