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지난 26일 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정상을 차지한 단어는 ‘장기하’였습니다. 기자는 장기하가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로 깜짝 신곡이라도 발표한 줄 알고 관련 기사를 찾아봤습니다만 결과는 다소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장기하가 경호업체 측 직원으로 부터 폭행을 당하다니.

장기하가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 따르면 사실 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장기하는 이날 오후 음악 축제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에서 모터헤드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는데, 그를 발견한 팬들이 반가운 마음에 그를 위로 들어 올렸습니다. 이를 목격한 직원(가드)은 장기하의 아티스트 팔찌를 끊고 욕설을 한 뒤 뒷목을 잡아 공연장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취재X파일] 장기하 폭행 경호업체 사과…과연 일반 관객이었다면?

이는 과잉경호 차원을 넘어 폭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형법 제260조 제1항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여기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신체에 대한 일체의 불법적인 유형력의 행사를 포함하며, 그 행위로 반드시 상해의 결과를 초래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형력의 행사는 구타나 밀치는 행위뿐만 아니라 손을 세차게 잡아당기는 것,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 공간적으로 근접해 폭언이나 욕설을 수차례 반복하는 행위도 포함합니다. 장기하를 끌어낸 경호업체 측 직원의 행위는 엄연한 형법상의 폭행이죠.

다만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즉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공소제기는 불가능합니다. 장기하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에서 일어난 경호원과의 마찰 과정을 공개하며 충분한 대화를 거친 후 사과를 받았다고 전했죠. 이와 함께 그는 해당 경호업체 대표의 사과문도 공개했습니다.

해당 경호업체 대표는 공개된 사과문을 통해 “금일 안산밸리록페스티벌 현장에서 뮤지션 장기하 씨가 겪으신 불미스러운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장기하 씨가 언급하신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변명의 여지없이 담당자의 과민한 대응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해당 직원과 함께 장기하를 찾아가 깊은 대화를 나눴다”며 “다행히 장기하는 분노를 가라앉히시고 직접적 위해를 가한 담당자를 비롯해 현장을 담당하는 우리의 노고에 대해 따뜻한 이해를 보였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기자는 지난 몇 년 간 각종 콘서트와 대형 록페스티벌에서 경호업체의 폭행이나 다름없는 과잉경호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반말에 고성은 기본이고, 신체를 잡아당기며 욕설을 퍼붓는 행위들이 비일비재하죠. 이는 과잉경호를 받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충분히 위협이 됩니다. 기자는 이 때문에 불쾌감을 느낀 일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번 장기하에 대한 경호업체의 과잉경호 관련 기사 곳곳에는 ‘안산M밸리록페스티벌’ 현장에서 과잉경호로 불쾌감과 위협을 느꼈다는 관객들의 댓글들이 꽤 달려 있더군요. 그런데 해당 경호업체 대표의 사과문에는 이들에 대한 사과는 언급돼 있지 않습니다. 만약 장기하가 이날 공연장을 찾은 일반 관객이었다면 이렇게 즉각적으로 조치가 취해질 수 있었을까요? 그 어떤 경우에도 과잉경호라는 이름의 폭행은 정당화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