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정가, 특히 야권은 핵폭탄을 맞은 것처럼 어수선하다. 지금 여기서 안철수 의원이 왜 탈당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논외로 하자. 여기서는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정치판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만 논하고자 한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고 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지난 12월 14일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유무선 RDD 방식을 병행한 전화면접여론조사, 표본오차 ±3.5% 95% 신뢰수준)를 보면, ‘내일 총선 투표를 한다면 어느 당에 투표하겠느냐’고 한 항목에서, 새누리당은 30.2%, 새정치민주연합은 23% 그리고 ‘안철수 신당’은 18.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새누리당의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7~11일 전국의 성인유권자 2587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를 보면, 새누리당이 42.3%, 새정치연합은 26.8%을 기록했다. 중앙일보 여론 조사와 비교해보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거의 변함없지만, 새누리당의 경우 상당한 차이가 난다.
실제 그동안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40% 대의 지지율을 보여 왔다.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결과가 다른 걸 보면,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만들 경우, 그 타격은 새정치연합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야권 지지층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오히려 뭉치고 있는데, 새누리당 지지층 중 중도 성향을 보이는 유권자들은 안철수 신당 지지로 옮겨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거의 진리처럼 통용되는, 야권이 분열되면 죽는다는 사실이 최소한 이번만은 들어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사실이라고 할 때, 새정치연합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중도보다는 ‘확실한 진보’ 쪽이 많음을 의미한다.
반면 중도층은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에 주는 의미는 이럴 것이다. 먼저 새누리당의 경우, 더 많은 중도층이 안철수 신당 지지로 옮겨가기 전에, 중도층을 묶어둘 수 있는 정책과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흔히 선거 전에 보이는 ‘집토끼 묶어놓기’보다는, 먼저 중도층을 잡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말이다.
새정치연합은 좀 복잡하다. 우선 새정치연합 내 중도성향의 의원들은, 과연 새정치연합 지지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탈당 러시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지금은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정치연합 내 중도성향 의원들은 다시금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라는 말이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의 변동이 거의 없어 안심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이는 새정치연합의 지지층 확산 가능성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의미도 된다.
그렇기에 지금 그대로의 지지층만으로 선거를 치르면 총선이든 대선이든 상당히 어려운 게임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지층의 외연 확장 없는 선거의 승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번 사태를 보면서 새누리당은 위기의식을,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의 한계를 절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안철수 의원도 승자는 될 수 없다. 그 역시 모호한 새정치의 한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번 사태는 승자가 없는 게임이 돼버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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