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개미(개인투자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설 연휴 이후 이틀동안 코스닥 지수가 10% 넘게 급락하면서 ‘반대매매’ 공포감이 극에 달했다. 15일 국내 주식시장이 반등에 나서고 있지만, 감산 기대감 무산과 일본과 중국 증시 불안이 재현될 경우 추가적인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개미들이 직접 사들인 종목들은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9개가 마이너스다. 지난 1월 금융당국이 ‘괜찮다’며 진화에 나섰던 ELS 쇼크는 당국 발표 이후 원금 손실 가능성이 더 커졌다. ‘주식은 할 게 아니다’란 푸념이 개미들 사이 확산되고 있다.

▶‘만년 호구’ 개미… 9개가 마이너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2일까지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9개가 마이너스를 기록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현대차도 지난 12일 엔화 강세를 재료로 4% 넘게 급등하지 못했다면 10개 종목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공산이 크다.

개인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셀트리온으로, 모두 289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지난 12일 코스닥 시장 급락과 함께 하루에만 10% 넘게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덩달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호텔신라, 한국항공우주 등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들도 줄줄이 하락하면서 개미들의 자조성 발언인 ‘만년 호구’가 재입증됐다.

반면 기관이 사들인 종목들은 10개 가운데 7개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다. 삼성카드와 현대제철, 포스코 등은 올들어 주가가 상승하면서 기관 수익률에 도움을 준 효자 종목으로 평가된다. 장이 급락하면서 외국인들의 손실률도 컸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에스디에스는 14% 넘게 하락했고, LG생활건강, 한화케미칼도 10%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대매매’ 공포감= 설 연휴 이후 코스닥 시장의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반대매매 공포감도 투심을 악화시키고 있다. 반대매매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매수한 주식의 가치가 하락해 담보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 증권사들이 다음 거래일 첫거래에서 하한가로 주식을 내다파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 주가 상하한폭 제한이 30%로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반대매매 집행 시기를 기존 2~3일에서 1일로 줄여버린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조5948억원이다. 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코스피보다 더 많아진 것은 지난해 1월 6일이 처음으로, 이후 꾸준히 코스닥 시장의 신용 거래 잔고는 코스피보다 더 많다. 신용거래 금액이 크다는 것은 빚을 내 투자한 규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처럼 지수가 급락할 때엔 반대 매매 가능성이 크게 열려있는 자금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반대매매 관련 민원ㆍ분쟁도 급증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문집행 관련 분쟁은 2014년 대비 118% 늘어난 111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증시가 급락세를 기록하면서 반대매매 분쟁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위험 부담 없이 자금을 회수하려는 증권사들의 ‘반대매매’가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례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거래소측은 향후 반대매매 분쟁 비율이 더 많아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 시장이 급락세를 기록하면서 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려는 증권사들의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기준 코스닥 종목 가운데 신용잔고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처음앤씨로 10.95%를 기록하고 있다. 이-글벳(9.30%)과 빅텍(8.99%), 스페코(8.78%), 한국선재(8.57%), 유테크(8.55%) 등도 신용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으로 집계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용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들은 반대매매로 인한 주가 급락 가능성이 언제든 열려있는 종목”이라고 말했다.

▶고위험 상품 된 ELS= 주가연계증권(ELS)도 비상이 걸렸다. 한 때 중위험 중수익이 ‘대세’란 설명에 너도나도 가입하면서 ‘국민 재테크’ 상품이 ELS였지만,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ㆍHSCEI) 폭락 탓에 개미들의 손실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H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2.55p(-1.99%) 하락하면서 7505.37까지 떨어졌다. 장중에는 75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H지수가 급락하면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손실 가능성은 커진다. 항셍H지수가 7500선까지 내려앉으면서 원금손실(녹인) 구간에 진입한 상품은 4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말 ELS 상품 가운데 상당수가 녹인 지수대로 들어가자 ‘곧 바로 손실이 나는 것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H지수는 계속 하락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발행된 H지수 ELS 발행량의 96.7%는 2018년 이후 만기가 도래한다. 말하자면 2018년까지만 H지수가 일정 구간 이상으로 오르게 되면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얘기다.

반면 고점대비 낙폭이 지나치게 커 2018년까지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0원이 50원이 되는 것은 50% 하락이지만, 50원이 100원이 되려면 100%가 올라야 한다는 얘기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자본시장실장은 “2년 만에 지수가 회복을 하면 원금손실이 나지 않을 수 있지만 주가가 40% 떨어진 상황에서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LS 상품 가운데엔 투자기간 중 단 한 번이라도 녹인 구간으로 내려간 적이 있다면 자동으로 원금이 손실나는 상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