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대중국 수출규제에 HBM 추가
반도체 장비, 중국 기업 등 추가 제한도 발표
일본·네덜란드 등 33개국 예외...한국은 빠져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을 개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對)중국 수출을 통제했다. 해당 조치로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기업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를 가동하는 데 사용한다.
미국, HBM 수출제한으로 중국 옥죄기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조치로 중국의 첨단반도체 및 AI 기술 확보를 지연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군 현대화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첨단반도체와 AI 기술이 사용됐다며 경계한 바 있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우리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되는 첨단기술의 생산을 현지화하려는 중국의 능력을 우리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해 약화하고자 하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표적화 접근의 정점”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HBM 시장을 장악한 국내 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무부는 미국 기술이 사용된 해외 국가 제품에 적용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다. 따라서 국내산 제품이어도 미국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사용될 경우 미국 상무부의 조치를 받게 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는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상무부는 HBM의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 밀도’(memory bandwidth density)가 평방밀리미터당 초당 2기가바이트(GB)보다 높은 제품을 통제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 스택이 이 기준을 초과한다고 밝혔다.
HBM 수출통제는 오는 31일부터 적용된다. 상무부는 HBM을 미국이나 동맹국에 본사를 둔 기업의 중국 자회사에 수출할 경우에는 일부 제품에 대해 수출통제 예외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다.
이날 상무부는 중국이 첨단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에 대한 신규 수출통제도 발표했다.
상무부는 또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특정 반도체 장비와 관련 부품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한국에서 만드는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의 중국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네덜란드는 대상서 빠져...한국 타격 불가피
다만 미국은 일본, 네덜란드를 포함한 총 33개 국가는 수출제한 대상에서 빠졌다. 대신 일본과 네덜란드는 자국 기업의 반도체 장비 수출 일부를 자체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수출통제 규정을 따르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 사이에서 몇 개월동안 협상을 거친 끝에 (예외 조항)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예외 국가에 한국이 빠지면서 국내 기업이 일본, 네덜란드 등과 중국 시장에서 경쟁할 때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외에도 상무부는 이날 중국의 군 현대화와 연관된 기업 140곳에 첨단반도체 관련 장비 수출을 제한했다. 상무부는 이들 기업이 군사용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지원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중국에 있지만 일부는 일본, 한국, 싱가포르에 있는데 한국에서는 ‘ACM 리서치 코리아’와 ‘엠피리언 코리아’ 2개 기업이 지정됐다.
해당 조치가 발표되자 중국 상무부는 “중국의 권리를 확고히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