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 “지역화폐 증액 꼼수”
野추경엔 ‘불가론’…“반복 우려”
탄핵안 상정 4일 국회 규탄대회
“탄핵으로 행정부를 위협하고, 행정부 권한인 예산도 마음만 먹으면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재명식 ‘실력 행사’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협상을 하겠나. 정부 동의 없는 추경(추가경정예산)도 있을 수 없다.”(국민의힘 중진 의원)
거대 야당이 주도하는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 압박에 직면한 국민의힘이 타협 없는 강경 대응을 선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여야 예산안 합의를 촉구했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과와 철회가 우선(추경호 원내대표)”이라는 기조를 재확인하고 배수진을 쳤다. 헌법에 명시된 정부의 예산 편성권이 침해당하는 선례를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거야 책임론’을 강조하기 위한 여론전에도 나설 방침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단독 강행 처리가 이재명 대표의 갑작스러운 지시에 의해 ‘이재명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2조원 등을 증액시키기 위한 정부·여당에 대한 ‘겁박용 꼼수’라는 것을 스스로 자백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원내대표는 전날 대구에서 열린 민주당의 현장최고위에 ‘지역사랑상품 예산 2조원 민생돌봄의 마중물로 쓰겠습니다’란 현수막이 내걸린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정사상 초유의 일방적 날치기로 민생예산과 R&D예산, 국민안전 예산을 대거 삭감해 처리해 놓고 지역사랑상품권 2조원 예산을 어디서 마련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추 원내대표는 “당초 정부의 예산안을 ‘긴축 예산’이라 비난하더니, 정부 예산안에 4조원을 추가 삭감해 더 긴축적으로 만들어 처리해 놓고는 대구에 가서 다시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고 뻔뻔스럽게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몰염치 연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을 우롱해도 정도가 있지, 이쯤 되면 대국민사기극”이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의 거짓과 위선의 정치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전날 오후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감액안 철회’가 예산 협상의 전제조건이라고 재차 못박았다. 추 원내대표는 “태도 변화를 천명하는 민주당의 입장이 확인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예산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의원들 전원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렇게까지 ‘무대뽀’로 예산 협상을 한 전례는 없었다. 이래 놓고 여당과 협상이나 추경을 받겠다는 식”이라며 “지역구 예산 반영을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끌려갈 이유가 없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본회의에서 감액안을 통과시킨 뒤 부족한 민생 예산을 추경으로 채우겠다는 민주당 일각의 주장에도 ‘불가론’을 정했다. 지도부의 재선 의원은 “이번 사태에서 물러서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같은 시도가 반복될 것”이라며 “만약 추경을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민주당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추경 편성·제출이 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검찰·경찰의 특수활동비와 검찰·감사원의 특정업무경비 등 전액 삭감된 예산을 제외하면 주요 정부 사업에 대한 타격이 제한적이라는 판단도 깔렸다.
한편 국민의힘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야당의 탄핵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4일 국회 본청 앞에서 당원들과 함께 규탄집회를 열 계획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범죄 집단이 범죄 진상을 은폐 하기 위해 국회의 권한을 동원해 수사 감사 기관에 대한 보복과 겁박을 가하는 후진국형 정치테러”라며 “더 이상 의회 정치가 아닌 조폭 정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의원총회에서는 야당의 탄핵 추진을 비판하는 장외 투쟁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집권 여당의 장외투쟁에 부정적인 여론과 ‘기득권 정당’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신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