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끝났지만, 불확실성에 요동치는 환율…당국 개입 불가피
불안에 원화 흔들…외환보유액 3000억불대까지 후퇴할 수도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계엄으로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우리나라 외환방파제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환율은 지난 3일 계엄 사태 이후 6일까지 거세게 요동쳤다. 극도로 불안정한 국내 정치 현실이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원화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의심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과도한 변동성 억제가 목표인 외환당국 입장에선 달러 매도 개입이 불가피한 셈이다.
과도한 환율 변동성이 계속되면 2022년 미국 금리 인상 시기 때보다 심각한 외환보유액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선 한 때 4600억달러를 자랑했던 외환보유액 규모가 3000억달러대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엄 끝났지만, 불확실성에 요동치는 환율…당국 개입 불가피
서울 외환시장에서 6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4.1원 오른 1419.2원을 나타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지난 2022년 11월 4일(1419.2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다.
환율은 전장보다 0.9원 상승한 1416.0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10시 35분께부터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고 10시 53분께 1429.2원까지 올라 1430원대를 위협했다. 계엄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차 계엄을 할 수 있다는 의혹이 거론되자 원화 가치가 폭락했다.
그럼에도 6일 주간거래종가가 1410원대로 끝날 수 있었던 이유론 당국 개입이 꼽힌다. 외환당국은 앞서 계엄에 따른 과도한 시장 변동성을 막겠다며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공언했다. 이날도 당국 개입 추정 물량이 나오면서 오름세를 억제했다.
높은 환율과 원화 약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 계엄 소식이 뉴스를 타고 퍼지면서 대한민국의 불안한 정치 현실이 전세계로 퍼졌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비상계엄 이후 국내 금융시장 영향’ 보고서에서 “향후 정치 불확실성 확대 또는 북한 도발 등 한국 고유의 지정학적 불안이 확대될 때마다 원화의 민감도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뚜렷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트럼프 당선으로 대외적 불확실성 커졌는데, 계엄선포와 해제 등 대내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환율이 널뛰기 할 것”이라면서 “이후 탄핵소추, 대통령 직무정지, 국무총리의 대리 등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경제 펀더멘탈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변동성 이어지면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대까지 떨어질 수도
환율이 계속 널뛰면 외환보유액 타격은 불가피하다. 2022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던 당시엔 강달러 현상이 세계를 강타하면서 6개월간 약 330억달러를 시장에 던져야 했다. 만약 같은 사태가 지금 일어난다면 이번엔 외환보유고가 3000억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22년 때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며 우려하고 있다. 2022년엔 달러 자체만 강세였다. 원화 펀더멘탈(기초체력)에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정국 불안정 이슈가 단발성이 아닐 수 있겠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투자) 심리가 많이 취약해진 것 같다”며 “대외적으로 트럼프 트레이드 이슈로 강달러 환경인데, 국내 수출과 경기도 안 좋은 상황이라 1450원선 터치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PB팀장도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1440원까지 갔다”며 “탄핵 정국 속에선 그 정도는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2022년 당시보다 지금 상황이 더 좋지 않고, 이 상황에서 환율을 지키려고 하면 3000억달러대까지 외환보유액이 내려가게 된다”며 “지금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탈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1400원대가 ‘뉴노말(새 기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