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탄핵 때 서비스업생산지수 역성장
11월 소비자심리지수 기준선 턱걸이
블룸버그 “내년 1월 中관광객 19%↓”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수십명 단위로 예정됐던 저녁 예약 8개가 지난주부터 연이어 취소됐습니다. 시국이 이러니 이해는 가지만, 12월 연말 장사를 기대했던 입장에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삼겹살집 점주 A씨)”
비상 계엄과 이어진 탄핵 정국 여파로 연말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3일 밤 비상 계엄 이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엔 모임을 취소하거나 불참해야 겠다는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관가와 공공기관은 물론 금융권까지 연말 송년회가 대거 사라졌다. 정치 불확실성과 흔들리는 시장 속에서 모두가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朴탄핵 당시 보니…자영업 경기 분기 내내 빙하기
탄행정국 여파로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소비는 한동안 얼어붙었다.
국가통계포털(KOSIS) 산업별 서비스업생산지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서비스업생산지수는 0.4% 역성장했다. 서비스업생산지수는 대표적인 대면소비 지표다. 2분기(1.3%)와 3분기(0.7%), 두 분기 동안 연속 성장했던 대면소비에 제약이 걸린 것이다.
2016년 4분기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시기다. 10월 태블릿PC 보도로 고조된 분위기는 11월 “하야는 없다. 탄핵하라”는 청와대 발표에 폭발했고, 결국 12월 탄핵안 발의로 이어졌다.
특히 이 시기 자영업 경기는 ‘먹고 마실 때가 아니다’란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급격하게 얼어 붙었다. 당시 숙박및음식점업 생산은 3.7% 뒷걸음쳤다. 10월(-1.2%)를 시작으로 4분기 내내 단 한번도 성장하지 못했다. 심지어 연말 분위기로 들떠야 하는 12월에도 1.0% 역성장했다.
이에 2016년 3%대를 유지했던 국내총생산(GDP) 민간소비 증가율은 탄핵정국에 들어선 4분기부터 1%대로 떨어졌다. 소비자심리도 매우 위축했다. 2016년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2로 7년 8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계엄으로 외국인 관광객까지 증발, 이번엔 타격 더 심하다
이번 탄핵 국면은 더 심한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 시국에 무얼하느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줄취소되는 송년회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미 어려운 내수 경기에 치명상을 입히는 모양새다. 지난 10월 숙박및음식점업 생산은 이미 -1.9%를 기록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시기와 같은 내수 침체 경로가 나타난다면 12월은 물론 1월 신년 특수까지 사라질 수 있다.
소비자심리도 마찬가지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월 100.7로, 10월보다 1.0포인트 낮아졌다. 기준선인 100을 간신히 턱걸이해 아직까진 경기 ‘낙관’ 국면이지만, 12월부턴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불확실성으로 전반적인 경제 주체의 심리가 위축하는 가운데 탄핵에 따른 정국 불안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관광객 감소 전망 또한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지난 5일 분석 보고서에서 내년 1분기 한국을 방문할 중국인 관광객이 83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관광객들이 사회 불안에 대한 우려로 방한 시기를 미룰 것이며 이런 우려는 음력 설 연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에 내수 침체를 예고하고 나섰다. 모건스탠리는 “불확실한 정책 환경을 고려할 때, 탄핵 가능성과 대통령 교체가 경제 전망에 대한 가계와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내수·투자 활동의 하방 리스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내년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즈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강한 반발로 인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도 예산 승인이 지연될 위험이 있고, 이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내수 회복에 잠재적인 하방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