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담당 특임대사에 ‘외교책사’ 그레넬 지명
韓 비상계엄·탄핵 국면에서 ‘미북 대화’ 패싱 우려
정부 “그레넬, 대북 강경론자…우리와 협의할 기회”
외교부, 권한대행 체제 국제사회 지지 확보 등 후속조치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 업무 등 ‘특수 임무’를 담당하는 대사에 자신의 외교책사인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를 임명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준비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북정책에 공백이 생겼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15일 “협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 ‘외교 책사’로 꼽히는 그레넬 특임대사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주독일 대사와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을 지냈다. 대북·대중 강경론자로 알려진 그레넬 특임대사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베네수엘라와 북한을 포함한 전세계 가장 뜨거운 일부 영역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특별 임무를 수행하게 된 분의 생각과 과거 배경을 검토하면서 서로 협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북한 문제 로드맵과 우리의 구상을 두 프로세스를 거쳐 협의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신행정부 출범에 대비한 준비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며 “안보 공백이 없도록 필요한 외교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사회가 내달 20일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 외교전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로 트럼프 당선인측과의 외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트럼프 당선인측과의) 네트워크가 가동되는 데 지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존에 정부 차원에서의 네트워크와 우리 기업들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풀가동해서 필요한 동력을 다시 만들고 정책 조율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미 특사단에 대해서는 “전례가 있고 실제로 검토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 비춰서 다시 한번 조율할 문제도 있기 때문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를 해나갈 사안”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취임식에 초청하면서 한 권한대행과 트럼프 당선인과의 조기 만남 및 통화 등 일정에 관심이 쏠린다.
고위 관계자는 “원래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외국 정상들이 초청되지 않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중국 외에) 다른 나라가 초청됐는지 파악된 것이 없다”며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한 권한대행과 만남은 정상적인 정상 외교 일정을 논의하는 큰 틀 속에서 이뤄질 수 있는 의지”라고 말했다.
현재 주중한국대사에 임명된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예정대로 취임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위 관계자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검토해 봐야 될 사안”이라고 답했다.
외교부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한 만큼, 국제사회의 한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후속 작업에 착수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7시15분부터 16분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신뢰한다”며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했다.
조 장관은 “정상 외교 공백에 대한 우려는 오늘 아침 바이든 대통령과 한 권한대행 통화로서 불식됐다고 생각한다”며 “권한대행 체제라는 것은 헌정질서 하에 모든 것이 민주적인 헌법적 절차에 따라서 정상적인 국정이 운영된다는 것을 투명하게, 뚜렷하게 보여지는 것이기 때문에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아침에 원상으로 복구하는 데는 다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가급적 상당히 빠른 시일 내에 모든 것이 정상화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한일 관계, APEC 정상회의 등 기존의 양자 및 다자 관계 일정들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확고한 정부의 의지가 있고, 각국의 반응에 비추어 봐서도 큰 지장 없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12.3 비상계엄 선포일 당시 조 장관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은 배경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조 장관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잘못된 정세판단, 상황판단으로 인해서 미국을 미스리드(mislead·호도하다)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었다.
고위 관계자는 “장관 레벨에서 몇 시간 동안 소통이 없었다는 것이지, 한미 간에 전혀 소통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고위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우리의 계엄 상황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소통이 됐다는 말로 답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