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부도설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가운데 유럽의 경제대국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스 지원 의사를 표명, 그리스 위기를 일단 진정시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화상회의를 통해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남을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했다는 설에 쐐기를 박으며 추가지원의사를 분명히 한 것. 그리스 정부도 구제금융의 조건인 긴축 재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의 입장 표명은 그리스 구제를 위한 우호적인 여건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의 부도 가능성이 완전히 잦아들기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그리스 일단 살린다= 독일,프랑스, 그리스 3개국 정상이 참여한 화상회의는 그리스 부도설이 고조돼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된 와중에 열렸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화상회의 직후 성명을 발표, “그리스의 미래는 유로존에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는 항간에 나돌던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설을 일축한 것.

이어 두 정상은 그리스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인 긴축재정이 엄격하게 이행돼야한다는 사실을 게오르기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에게 상기시켰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긴축재정안 이행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는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정 적자 목표들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리아스 모시아로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도 화상회의가 끝난 후 “부동산 특별세 도입 등 최근 발표한 추가 긴축 조치들은 올해와 내년 재정 적자 목표 달성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는 이달말로 예정된 구제금융 6차분(80억유로)을 지급받지 못하면 디폴트에 처하게 된다.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IMF)의 실사도 19일께 재개된다. 그리스 디폴트 임박설은 구제금융 6차분 지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트로이카의 실사가 중단되면서 불거졌다. 그리스 정부는 긴축 재정 등 분기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이에 실사가 중단됐다. 유로존과 IMF 등은 실사팀의 평가보고서를 토대로 구제금융 6차분 집행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스 부도설 한숨 돌려= 메르켈 총리와 사르코지 대통령이 그리스 지지의사를 천명한 것은 앞으로 그리스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그동안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번 화상회담은 그리스 위기에서 한발 비켜나있던 양국이 그리스를 구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유로존 재정 위기의 해법은 유럽의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손에 달려있다고 봐왔다.

앞서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 디폴트는 유로존 재정 위기를 위한 해법이 아니다”라고 못박은 데 이어 이날 양국 정상이 그리스 지원을 약속함에 따라 최근 고조됐던 그리스 부도설이 진정될 지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양국이 유로존 위기를 해결한 묘안을 당장 내놓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양국의 지원으로 그리스가 외견상 한고비를 넘기면서 한동안 부도설에서는 벗어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각국 유럽통합 위해 그리스 지원=유럽 각국에서도 부도위기에 직면한 그리스를 지원해 ‘유럽통합’을 지켜내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얀 케이스 데 예거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14일 의회에서 “내각은 유로나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네덜란드가 그리스의 디폴트를 대비하고 있다는 최근 언론보도를 강하게 부인한 발언이다.

폴란드의 자첵 로스토프스키 재무장관도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 출석, “유럽이 위험에 빠졌다”면서 “유로권이 붕괴되면 EU도 살아남기 힘들며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도 유로존 각국 정부에게 지난 7월 합의한 1600억 유로 규모의 그리스 2차 구제방안의 의회 비준을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유로존 위기 해법은 유럽의 축소가 아닌 유럽의 확대”라고 주장, 재정 불안정 국가를 유로존에서 분리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하고 정치ㆍ경제적 통합 확대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